미국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올해 수퍼볼 경기는 경기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1초에 10만 달러라는 엄청난 광고비에도 불구하고 61개나 쏟아져 나온 광고를 보는 재미도 컸다. 강아지가 등장해 광고 선호도 조사에서 1, 2위를 차지한 도리토스 광고와 버드와이저 광고도 좋았고, 영화 스타워즈의 인기 캐릭터인 다스베이더 복장을 한 아이가 등장해 3위를 차지한 폭스바겐 광고는 기발하면서도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참 잘 만든 광고다 싶었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의 광고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꼴찌를 차지한 현대자동차의 광고를 보면서는 그 많은 돈을 들여 야심차게 만든 광고가 냉담한 반응을 받을 때 그것을 만든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그들이 광고를 만드는 과정은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아무리 천재적인 전략가, 언어의 마술사 같은 카피라이터,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아트디렉터, 최고의 촬영 기술을 가진 감독이 한 팀이라 해도 만들어 내는 광고마다 대박을 터뜨릴 수는 없다. 광고제작의 특성상 딱 맞는 퍼즐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팀워크가 있어야 팀원 한명 한명의 재능이 제대로 발휘되고 결과적으로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을 하다보면 좋은 광고를 만들고자 하는 공통된 목적을 가졌지만 어떻게 하면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가질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많은 회의를 통해 각자의 의견을 설명하고 설득해서 광고 아이디어로 발전시키고, 최종적으로 한 아이디어를 선택해 비주얼로 완성시키는 과정은 치열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간혹 자기 의견에 대한 확신이 지나쳐 이해를 강요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무시하거나 반박만 하는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이 유독 카리스마가 넘치거나 독보적으로 뛰어난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함께 일하는 이들도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들이기에 심각한 갈등이 야기되기 마련이다.
누군가 고집을 부린 아이디어가 우여곡절 끝에 광고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안 좋으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진다.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게 되면서 팀워크는 붕괴되고, 결국 그 팀에게서는 더 이상 좋은 광고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면 신기하게도 갈등의 많은 부분이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광고가 성공했다는 이유로 아이디어를 강요했던 사람의 ‘고집’이 잘 지켜진 ‘신념’으로 잘못 포장될 경우 갈등은 더 심각해지고 만다.
4세기 알렉산드리아에서 시대적 패러다임으로 부상한 그리스도에 반하며 자신의 신념을 지킨 여자 철학자 히파티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아고라(agora)’가 생각난다. ‘신념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죽음을 택하는 히파티아의 선택이 아름다워 보이고 감동을 주는 것은 그녀의 신념이 순수하게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고, 한 개인의 독단적 판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나와 생각이 다른 타인들과 함께 하나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신념이 혹시 객관적 현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아닌지, 사실은 ‘신념’이 아니라 ‘고집’은 아닌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세상사는 것이 외롭게만 느껴지고 매일 전쟁을 치른 듯 지쳐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실비아 김
팬콤전략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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