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나이트클럽 댄서와의 성매매 및 권력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오는 4월 법정에 서게 됐다.
밀라노 법원의 크리스티나 디 첸소 판사는 15일 모로코 출신 댄서 카리마 엘 마루그(일명 루비)가 17살이던 지난해 성관계를 가진 뒤 대가를 제공하고, 경찰에 체포된 루비를 석방시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한 재판의 첫 심리를 4월 6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고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ANSA)가 보도했다.
이는 검찰이 지난 9일 요청한 조기 재판을 법원이 수용한 것이다. 재판은 세 명의 여성판사들이 심리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재판(주디치오 임메디아토)이란 이탈리아 형사소송 절차 가운데 하나로, 용의자의 범행 사실이 분명해 보이는 사건 등에 대해 사전 청문 절차를 생략한 채 곧바로 본 재판을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74세인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루비가 17세로 미성년자였던 지난해 2월부터 5월 사이 밀라노 외곽 아르코레에 있는 저택 등에서 성관계를 갖고 대가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소매치기 혐의로 밀라노 경찰에 체포된 루비를 석방시키기 위해 직접 전화를 걸어 루비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전 대통령의 조카라며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지난해 11월로 18살의 성인이 된 루비는 모두 성매매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루비는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에게 준 돈은 선물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권력남용 혐의에 대해 베를루스코니는 루비를 실제 무바라크의 조카로 생각했고,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도청 등을 통해 베를루스코니의 혐의를 입증하기에 `충분한 증거(ample evidence)’를 확보했으며,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유명한 `붕가 붕가(bunga bunga) 파티’에 다수의 젊은 여성들이 참석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충분한 실체적 증거를 확보한 만큼 사전 청문절차 없이 본 재판을 실시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에서 성매매 자체는 합법이지만, 미성년자와의 성매매는 현행법상 징역 3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 권력남용은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최소 6년에서 12년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법원의 결정에 대해 베를루스코니 총리 측은 야당과 좌파 성향 사법부의 정치공세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베를루스코니의 변호인은 AFP에 "다른 결과가 나올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집권 자유국민당(PdL)의 다니엘레 카페초네 대변인은 "범죄행위도 없었고 피해자도 없었다"며 "선거와 의회 투표에서 패배한 좌파들이 사법부를 이용하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그들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수도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서는 여성들과 저명한 지식인 등이 참여한 가운데 베를루스코니의 퇴진을 요구하는 거리시위가 열렸다.
그러나 미성년 성매매 관련 추문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14일 자신이 소유한 TV 채널 중 하나인 카날 5 방송과의 대담에서 "좌파 특정세력들이 나를 겨냥해 일상적 정치 집단을 동원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퇴임 요구를 일축했다.
한편 고위 공직자 면책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법원에 보류돼있던 베를루스코니의 탈세와 뇌물공여,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한 3건의 재판도 2월과 3월 중에 재개된다.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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