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지능을 가진 슈퍼컴퓨터와 ‘인간 퀴즈 강자들’이 1라운드 대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미국 ABC 방송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Jeopardy)’의 퀴즈 영웅 켄 제닝스와 브래드 루터가 14일(이하 현지시각) 요크타운 하이츠에서 열린 미국 IBM사의 슈퍼컴퓨터 왓슨과의 제퍼디 대결 1라운드에서 막상막하의 접전을 펼쳤다고 AP가 보도했다.
이 퀴즈쇼에서 325만 달러의 상금을 얻은 상금왕 루터는 1라운드에서 5천 달러를 획득, 왓슨과 비겼지만 최장 연승(74연승) 기록 보유자인 제닝스는 2천 달러에 그쳤다.
왓슨은 ‘오레오’ 과자가 출시된 시기 등 일부 문제는 틀렸지만 편자나 카지노의 카드분배 상자를 의미하는 4글자 단어인 슈(shoe)를 맞히는 등 비틀즈, 올림픽, 연도 맞추기 등에 관한 퀴즈를 빠르고 정확하게 풀었다.
제퍼디쇼는 진행자가 유머와 위트로 가득 찬 표현을 자주 사용해 인간 출연자들도 뜻을 자주 이해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컴퓨터와 인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번 대결은 15일, 16일 두 차례 더 열리고 승자는 100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이번 대결은 승패는 물론 인간 언어를 이해하는 컴퓨터가 갖는 사회적.경제적 의미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이날 보도했다.
NYT는 왓슨은 인간 언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의 집합체로 컴퓨터 시스템의 한계를 간단한 명령에 대한 반응에 머무르지 않고 전문분야의 특수 용어나 언어의 미묘한 차이, 심지어 수수께끼까지 이해하는 데까지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면 패리스 힐튼(미국 영화배우 겸 가수)을 얘기했을 때 프랑스에 있는 호텔을 예약하려는 질문인지, ‘할리우드의 말썽꾼’ 여배우 힐튼의 근황을 묻는지를 구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문은 왓슨이 인간과의 대결에서 승리한다면 지금까지 기술 변화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경제 분야에도 자동화 물결을 가져 올 수 있다며 사회적.경제적 변화가 예고된다고 분석했다.
IBM은 왓슨을 기업, 교육, 의료 등 분야에서 질문-답변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도록 판매할 계획이고 왓슨의 기술적 영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가과 수십만명의 고수익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전화를 통한 상담이나 상업적 거래에 종사하는 직종은 당장 위험할 수 있다며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창구에 앉아 있던 은행원들을 대체한 속도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MIT대 미디어랩의 패티 마이(컴퓨터 과학) 교수는 "도구와 상품, 기술의 디자이너로서 이 문제에 대해 많을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윤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기술이 인간에게 갖는 의미를 다시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또 왓슨 같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빠른 확산으로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지능증강(I.A.: Intelligence Augmentation)도 주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구글과 같은 인터넷 검색 엔진, 다양한 인간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 개인용 컴퓨터(PC), 스마트폰 등을 지능증강의 예로 제시하면서 인공지능과 지능증강의 진보는 엔지니어들과 컴퓨터 과학자들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 인지에 대한 명확한 선택을 강요한다고 분석했다.
’당신은 기계가 아니다(You are not a Gadget: A Manifesto)’의 저자인 컴퓨터 과학자 재런 레이니어는 "단순히 일자리냐, 더 나은 일자리냐에 대한 엔지니어들과 사회의 계약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왓슨과 같은 컴퓨터가 기계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도록 사용할지, 인간 능력의 대체 수단으로 사용할지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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