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초월 긍정적 신호’ vs `계층화 심화’
미국에서 피부색으로 인종을 구별하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30일 "미국 사회가 이민과 인종 간 결혼으로 인해 인구학적 대이동의 와중에 있다"면서 "많은 미국의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흑인이며 백인이고 아시아계라고 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퓨리서치 센터가 분석한 2008년과 2009년 자료에 따르면 다른 인종이나 민족 간 결혼은 전체 커플 7쌍 가운데 한 쌍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내달 중 발표될 2010 인구 센서스에서는 흑인이나, 백인, 아시아인 하나만을 표기하지 않고 복수 인종을 선택한 인구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미국인들은 자신이 혼혈이면서도 외관상 뚜렷이 나타나는 인종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경향이 있어왔다.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출생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인구 센서스에서 인종을 묻는 질문 항목에 `블랙’(흑인) 이라고 답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00년 인구조사 때부터 미국인들은 두 개 이상의 인종 항목을 표기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조사 결과를 보면 두 개 이상의 인종 항목에 표기한 이른바 혼혈인구 수는 약 700만 명으로 인구의 약 2.4% 였다.
그러나 인구 센서스국은 대략 35%의 인구가 혼혈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처럼 혼혈이면서도 하나의 인종 항목에만 체크한 경우를 포함한 수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마저도 과소 평가돼 있다고 주장한다.
퓨 히스패닉 센터의 제프리 파셀 인구학자는 "2010년 통계가 나오면 아무 미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과거 자신이 혼혈임을 부끄러워 했던 감정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고, 혼혈 인구가 점점 자긍심을 갖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조사에서 두 개 이상의 항목에 스스럼 없이 표기하는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인종 인구의 증가가 미국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낙관론자들은 인종 간 섞임 현상이 증가하면서 `인종 초월’이라는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종을 둘러싼 편견이나 완고함,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불리는 소수집단 우대정책 같은 것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다인종 현상이 오히려 미국 사회를 더 계층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고, 흑인과 같은 소수 민족의 설 자리를 더 줄어들게 만들 소지가 많다고 지적한다.
`혼혈의 역설’이라는 책의 저자인 네바다 대학의 아프로 아메리칸 연구소 레이니어 스펜서 소장은 "다인종화가 오래된 미국의 분열을 치유할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정서적 편견"이라면서 "혼혈인종의 정체성은 세대 초월이 아닌 새로운 종족의 탄생"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흑인과 라틴계 간 혼혈과 아시아와 백인 간 혼혈 간에는 상황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일반적으로 백인.아시아계 혼혈은 교육 수준이 높고 수입도 많다는 것이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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