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총기난사 계기로 ‘이민법.건보법 둘러싼 `증오의 정치풍토’ 논란
페일린, 피해의원 총기 표적 표시 말썽
미국 애리조나주 연방 하원의원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분노와 증오를 부추기는 분열된 정치 풍토가 이 같은 비극을 낳은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각) 애리조나 투산에서 가브리엘 기퍼즈(40.민주) 의원 등을 향해 총기를 난사, 존 롤 연방지방판사 등 6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제러드 리 러프너(22)의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기퍼즈 의원이 이전에도 일부 보수파의 주요 표적이었으며 최근 애리조나가 미국 내에서 정치적 대립, 분열상이 가장 과열된 지역으로 떠오른 것이 이번 사건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현지에서 적지 않다.
기퍼즈 의원은 작년 초 건강보험개혁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이후 그의 사무실에 누군가가 돌을 던져 유리창이 깨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수차례 협박을 받아왔으며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도 티파티의 낙선 운동의 최대 목표가 됐다.
특히 선거 당시 새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기퍼즈 의원 등 민주당 의원 20명을 낙선 대상 ‘살생부’에 올리면서 이들의 지역구를 총기의 십자선 과녁 모양으로 표시한 미국 지도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이처럼 페일린이 총과 관련된 이미지로 ‘표적’을 나타낸 방식에 대해 기퍼즈 의원은 "이러한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리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어, 그 경고가 이번에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또 애리조나가 작년 이민법 논란 등을 통해 ‘미국 정치적 분열상의 그라운드제로(AFP 통신)’로 부각되는 등 이 지역의 극심한 정치적 대립상도 논란의 대상이다.
애리조나에서는 그간 급증한 라틴계 불법이민자들이 저소득층 일자리를 잠식한데다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로 미국 내 다른 지역보다 극심한 타격을 받은 데 따른 경제난 등이 겹치면서 강력한 반(反)이민 정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다.
그 결과 작년 이민법 반대 운동을 벌인 라울 그리할바(민주) 연방 하원의원의 경우 지구 사무실 유리창이 깨지고 사무실 안에서 총알이 발견되는 등 살해 협박을 받은 끝에 해당 사무실을 폐쇄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애리조나 피마 카운티의 클래런스 더프닉 보안관은 "이 나라의 분노, 증오, 편협함이 점차 막 나가고 있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불행하게도 애리조나가 그런 쪽의 수도가 됐다. 우리는 편견과 편협함의 메카가 됐다"고 밝혔다.
기퍼즈 의원 등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 밖에서 열린 쾌유 기원 촛불 집회에 참가한 케이트 도노번은 "애리조나 정치의 상호 비방하는 분위기가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거들었다는 느낌을 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보다 총기 소유에 관대한 애리조나의 문화도 이번 사건과 같은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 애리조나 주 의원 알프레도 구티에레즈는 애리조나에서 "총기, 그리고 이를 얻을 수 있는 분노한 사람들의 숫자는 놀라울 정도"라며 "애리조나에서 이 같은 분노와 총의 결합은 폭력에 대한 초대장과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피닉스.투산 AP.로이터.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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