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60년후에는 평균수명이 120세로 늘어나고 100년후에는 무려 140세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전망이다. 이때가 되면 무려 인생의 반 이상을 일없이 지내게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길어진 인생을 지혜롭게 살기 위한 ‘인생이모작’이 화두이다. 부동산 회사사장은 화가가 되고, 스포츠 해설가는 요리강습사로 변신한다. 인생의 절정은 때가 없다. 나이를 떠나 인생의 황금기를 찾아 나선 사람들을 만났다. <편집자주>
부동산 사장님, 화가로
시티부동산 수잔 황 사장
패사디나 아트센터 수학, 주류사회서도 인정
“막내를 대학에 보내고,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정말 평생동안 하고 싶은 일인, ‘그림’을 다시 하기 위해, 늦었지만 미대에 입학해 그림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0여년 간 한인타운에서 부동산회사를 운영하면서 은행차압매물 전문가였던 시티부동산 수잔 황 사장이 주류사회에서도 알아주는 화가로 변신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의외로 느껴지는 황씨의 변신은 어느 정도 예견되었고 준비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여 여러 미술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던 그는, 고등학교 3년동안 미대 진학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지만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혀, 화가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후 결혼한지 몇 년뒤인 80년대초 미국에 이민 와, 92년까지 평범한 주부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90년대 초, 그동안 열심히 이루어놓았던 것들이 부동산 하락과 불경기로 무너졌다. 게다가 남편까지 건강악화로, 수술과 입원을 반복하면서 정말 힘든 시간을 버티어냈다. 그러다 자신이 부동산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바닥부터 시작해 뛰어다니면서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면서 은행매물 전문가로 성장했다. 무섭게 파고드는 집중력과 꼼꼼한 서류정리 등으로 인정받으면서 한때 수입도 상당했지만, 아이들이 성장해서 다 집을 떠난 후 가슴 속에만 접어두었던 화가의 꿈을 이루고 싶었다.
패사디나 아트센터에서 순수미술(Fine Art)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기쁨과 설레임, 그러나 두려움과 부담감도 컸던 게 사실이다. 오십이 넘어 긴장 속에 다시 시작한 공부가 벌써 삼년이 지났다. “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과 감각, 나의 자신감을 믿고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리며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세계를 찾아나갔다”고 그는 고백했다.
마침내 지난해 11월26일 타운의 한 갤러리에서 꽃을 주제로 한 개인전 ‘Colors of Nature’를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군사관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엄마에게 선물한 현악사중주단의 아름다운 연주 속에서 성황리에 가졌다. 지난 2년 동안 준비한 27점의 강렬한 색채의 꽃들이 이 날 처음 선보였다.
그의 그림은 색채가 워낙 다양하고 화려한 데도 깨끗하고 맑다는 평가다. 중견화가로 활약하고 있는 전 금융인 정원훈씨는 수잔 황씨가 그림에 대한 정열과 노력으로 한인사회는 물론 주류사회가 인정하는 화가가 되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그린 그림은 지난 여름 미국 제 2의 화랑가로 평가되는 샌타페의 갤러리에서 이미 전시돼 주류사회의 인정을 받은 상태다.
오는 2월 서울에서 있을 Art Fair에 참가할 예정인 수잔 황씨는 “이것이 성공이라면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대표작인 야생란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골프해설가, 요리강사로
스포츠 전문가 스티브 최씨
5년전 암 투병 새 출발, 즐거움 주는 일 좋아
“지난 2006년 말 50대 중반에 암 선고를 받고 앞이 캄캄했습니다. 골프해설가 일도 그만두고 일단 건강을 회복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KBS-TV ‘초밥왕의 비밀’ MBC-TV ‘찾아라 맛있는 TV’ 등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각종 요리교실에서 최고 인기강사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스티브 최(한국명 세영)씨는 인생 후반전에 요리강사로 변신하게 된 계기로 악화된 건강을 꼽았다.
최씨는 미국에 이민 오기 전 스위스 항공에서 10년 가까이 여객담당 근무를 했다. 지난 93년 이민와 하와이에서 골프투어회사를 운영하다가 96년부터 SBS방송의 골프 해설가로 발탁되어 5년간 한국에서 활동했으며 이후로도 라디오서울, KTN TV 등의 스포츠 해설가로 일하면서 일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최씨는 2년여 간 투병생활을 하면서 식이요법과 신앙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자신
이 음식 만드는 일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해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일식이었지만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던 최씨는 실제로 요리학원을 다니면서 일식요리를 배웠다.
그는 자신이 배운대로 누구나 다 간단한 초밥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초보수준에 맞춰 아주 쉽게 일식을 가르쳤으며 화술이 좋아 인기를 끌었다. 최씨는 지난 2년간 한국과 미국에서 5,000명에 가까운 수강생들을 배출했다. 그의 강의는 지금도 LA를 비롯 뉴욕, 샌디에고, 워싱턴 DC 등 미 전역에서 강의 예약이 쇄도하고 있을 정도다. 최씨는 “최근 불경기로 비즈니스를 폐쇄하든가 직장에서 해고 혹은 조기퇴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한인들이 생각을 바꾼다면 자신의 취미를 새로운 커리어로 연결시켜 제 2의 인생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치의 병에서 회복된 자신의 삶이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최씨는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것을 인생의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지난 2002년 2차 연평해전 때 해군 2함대 사령관으로 북한의 기습도발에 맞서 서해 북방한계선 수호작전을 지휘했던 정병칠 예비역 소장(2009년 작고)과 친구인 최씨는 그때부터 해군, 해병대 유공자를 부부단위로 미국으로 초청해 무료 관광을 시켜 주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큰 커뮤니티 봉사를 계획하고 있다. 최씨는 “앞으로도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가르치며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즐거움과 웃음으로 이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것”이 꿈이다.
스티브 최씨는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가르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최씨가 본보 주최 요리교실에서 수강생들에게 일식조리법을 강의하고 있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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