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용장(勇將)이 필요할 때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김관진 전 합참의장을 국방 장관 후보자로 내정한 것은 무엇보다 군인정신이 투철한 용장이라는 점을 높이 샀기 때문으로 보인다. 6.25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안보 위기 속에서 추락한 한국군의 사기를 회복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는 동시에 해이해진 군 기강을 확립하고 국방 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적임자는 군인정신이 투철하고 용맹스러운 용장이야 함은 물론이다.
이대통령은 북한의 천안함 어뢰 공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군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군에 대한 불신을 자주 나타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연평도 교전 때는 강군의 면모를 상실한 군 수뇌부를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인은 자신의 사령관이 누구이고 주적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군인이다. 군인들을 보면 약졸(弱卒) 같은 군인이 있는가 하면 용장(勇將) 같은 군인이 있다. 약졸은 싸우려는 의지가 없고 생명을 바칠 헌신도 없다. 약졸 10만 명이 있어도 용장 하나를 이길 수 없다. 약졸은 전략과 전술에 관심이 없다. 싸우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약졸은 제대할 날만 기다리며 불평불만으로 군의 사기만 떨어트린다.
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어 낼수 있는 장수(將帥)에는 용장(勇將), 지장(智將), 맹장(猛將), 덕장(德將) 그리고 운장(運將)이 있다. 용장은 지혜는 없으나 힘이 세고 무예가 출중하여 겁을 내지 않고 용감하게 싸우는 장수를 말한다. 지장은 무예는 용장만큼은 안 되지만 지혜로 적과 싸우는데 큰 공을 세우는 장수이다. 맹장은 무예도 뛰어나고 지혜도 갖추고 있어 부하를 잘 다스리며 용감하게 싸우는 장수를 말하며 덕장은 무예가 출중하고 힘도 세며 부하를 통솔하는 힘이 뛰어난 장수를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장수 밑에는 허약한 군졸이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에는 용장과 맹장을 최고의 장수로 여겼다. 그러나 전쟁의 양상이 개인의 힘에 의존하다가 점차 새로운 전략과 전술이 나오고 병기(兵器)가 개발되면서 지장(智將)이 용장(勇將)과 맹장(猛將)보다 각광을 받게 되었다. 용장이나 맹장으로는 패튼 장군을 들 수 있고 지장으로는 사막의 여우라고 불리는 롬멜 장군을 들 수 있다. 지장으로 인천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맥아더 장군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용장이나 맹장 또는 지장도 운(運)이 따라주지 않으면 전쟁에서 패하게 된다. 그리고 그 운은 국운으로 이어져 때로는 패전으로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 놓이기도 한다.
수(隨)나라가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패하자 결국 패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임진왜란 때 왜적과 싸운 이순신 장군은 가장 뛰어난 지장(智將)이다. 그러나 이런 지장(智將)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모함을 받아 감옥에 갇히거나 일선에서 물러나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지장(智將)보다 한 수 위에 있는 장수가 덕장(德將)이다. 그릇이 크고 인품이 뛰어나 부하들이 승복하고 잘 따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
세계 대전 때 독일군과 싸운 몽고메리 장군은 덕장(德將)에 속한다. 하지만 이러한 덕장(德將)도 좋은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각광을 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덕장(德將)보다 더 막강한 장수가 있다. 바로 운장(運將)이다. 운장의 개념은 병서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실전에서는 매우 중시 했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중요한 전쟁에는 반드시 좋은 운이 따르는 장군을 선발하여 전쟁에 투입했다고 한다. 이러한 운은 스포츠 경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뛰어난 축구 선수이지만 운이 나쁘면 골대를 맞고 볼이 튕겨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자살골이 되기도 한다. 조국의 안보를 위해서도 새로 부임할 김관진 국방장관은 용·지·맹·운을 모두 갖춘 용장(勇將)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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