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법보신문, 서구불교 조명 불교학회 세미나 상세보도
서구에 불교가 알려진지 150년. 서구는 불교로 인해 문명사적인 변화를 겪고 있으며, 불교 또한 서구사회에서 기존 불교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미국불교(American Buddhism)’라는 용어가 학술적으로 등장할 정도로 서구불교는 독자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했으며, 사회학, 종교학, 불교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에게 새로운 중요 연구대상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한국불교학회(회장 김용표)가 11월 5일 동국대 덕암세미나실에서 ‘서구불교’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첫 발제자로 나선 조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서구불교와 서구불교 연구사의 흐름, 19세기 유럽에서의 불교인식, 미국의 불교 신행의 시작, 비트 세대와 1960년대 미국불교, 미국불교의 현재 지형도, 미국불교의 정체성, 미국불교의 과제 등 에 대해 다각적으로 조명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불과 20년 전까지도 몇 만명에 불과한 미국의 불교인구가 현재 300만명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을 뿐 아니라 미국사회와 문화 속에 드러나고 있는 불교의 영향도 괄목할 만하다. 특히 짧은 역사의 미국불교이지만 불교교리를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하고 그 가르침을 자신의 삶과 사회 현실에 적극적이면서 실질적으로 적용시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미국불교의 가장 특징 중 하나로 재가주의를 꼽았다. 스님들은 신도들의 재정적, 인력적 지원을 받는 대신, 신도들에게 법문하고 상담하고 정진 수행을 이끄는 등 일종의 종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명상적인 요소는 강화되는 반면 의례적 요소는 약화되고 있으며, 자신의 스승에 대해 극진한 충성과 신뢰를 보이기도 하지만 만일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실망하게 되면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 다는 점도 소개했다. 또 젠더, 환경, 생태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참여한다는 점, 불교를 통해 자신의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 재가불교로서 가족신행을 추구한다는 점 등도 미국불교의 큰 특징으로 보았다.
이밖에도 조 교수는 “서구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채식열풍과 관련해 비록 불교에 의해 촉발된 것이 아니더라도 불교가 깊이 스며들었던 기회가 되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한 뒤, “한국불교가 미국에서 포교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도 한국불교가 채식주의를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해 미국불교인들이 문화적으로 느끼는 충격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심재룡 전 서울대 교수와 스에키 후미이코 일본 도쿄대 교수 등이 군국주의 영향 등으로 강하게 비판했던 스즈키 다이세츠(1870~1966)를 뛰어난 선사로 재평가한 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조 교수는 끝으로 미국불교가 해결해야 할 향후 과제로 다양한 불교전통이 혼재돼 있는 속에서 도덕적, 정치적, 사회적·경제적 문제에 대해 어떤 통일된 목소리를 낼 것인지와 함께 현대 미국불교의 세속화·상업화 등을 꼽았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이민용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는 서구에서 불교에 대한 인식의 변화 과정, 서구사회에서 불교신자의 기준과 유형, 불교신자의 새로운 범주, 새로운 불교공동체의 출현과 성격 등 서구불교운동을 문화사적인 측면에서 깊이 있게 조명했다. 이 대표는 “이제 불교는 서구에서 새로운 틀로 자리잡고 있다”며 “발전만 거듭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분야에 따라서 새로운 정체적(停滯的)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선(禪)은 불황기에 들어왔다고 하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사회변화와 기호, 유행을 따른 부침(浮沈)현상도 보여주고 있다”며 “그만큼 불교는 서구사회의 체질의 한 부분이 되었으며 새 살을 돋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기조강연을 한 박성배 스토니부룩 뉴욕주립대 교수는 지구촌 시대에 한국불교가 세계불교와 소통하기 위한 조건으로 △자기도 모르는 얘기나 예언자풍의 거짓말을 하지 말 것 △경전에 있다고 해서 남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낱말을 함부로 사용 말 것 △자기는 아는데 상대가 모른다고 단정해 무시하지 말 것 △이론과 체험이 모두 중요함을 명심할 것 △불교만이 길이라는 배타독선을 버릴 것 △전쟁에 적극 반대할 것 등을 제시했다.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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