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 연과 과의 삼륜(세 바퀴)은 청정해야 하는 것이 인연법과 인과법을 믿는 불자들의 신앙생활이다. 연과 과가 없는 인(因)은 미생(未生)이요, 연이 없는 인과는 저들끼리 노는 것이고, 과가 없는 인연은 부질없는 허사다.
이 세 바퀴 중에서 인(因)에다 초점을 맞추어 하는 공부가 수행적인 삶이다. 원인을 알아내어 그 원인제거를 하고자 도모하는 삶이다. 부모미생전면목(不母未生前面目)이라는 유명한 화두가 있다. 부모로 부터 태어나기 전에 어디서 무슨 모습으로 있었느냐는 것이다.
연을 중심으로 하는 공부가 철학적, 명상적 삶이 된다. 생(生)철학이 그것이고 위빠사나의 관법이 그것이다. 불교에서 유식이 그것이다.
그리고 과를 중심적으로 염(念)하는 삶이 신앙적 삶이다. 기도와 선행과 불공 등이 신앙적 삶의 모습이다. 이 세 바퀴가 균형있게 전개되지 않으면 절름발이 행차가 될 수 밖에 없다.
깨끗하지 못한 닦음과 이해와 믿음이 생기는 것은 이 절뚝거리는 몰골 때문이다. 믿음과 깨침과 이해가 서로 삐거덕거리면 서로 헐뜯고, 다투고, 심지어는 기고만장한 아만이 되어서 원수처럼 생각하는 웃지 못할 웃음거리가 종종 있다. 더럽게 믿고, 더럽게 공부하고, 더럽게 수행한 추악한 모습이다.
부처님은 깨침이라는 일(인연)을 통해서 견성(見性)하고, 나아가서 깨달음이란 과보(成佛)에 이르신 분이다. 깨침(見性)의 일은 수행을 통해서도, 이해를 통해서도, 믿음을 통해서도, 또 여러가지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온다. 뭐 빠른 길(경절문)이니, 둘러가는 길이니 하는 말도 많지만 걱정할 일이 전혀 아니다. 왜냐하면 성불(成佛) 앞에서는 전부가 다 도토리 키재기밖에 안되니까.
깨친 이들이 그리도 많다는 종파도 있고, 저들끼리 이심전심 한다는 말도 있고, 몰록 깨친다느니, 단박에 깨친다느니 등등의 수많은 언표(言表)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 깨달음이 과보에 도착하여 성불(成佛)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부처가 됐다는 사람은 많아도 부처님은 없는 것이 서글픈 일이다. 견성(見性)과 성불(成佛)을 혼동하는 것은 불자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또 그렇게 쇄뇌가 되어버린, 엄청난 과오다. 이런 풍토에서는 guru(구루, 도사)는 더러 나와도 성불(成佛)은 고사하고 진정한 종교인조차도 나오지 않는 불임(不姙)의 시대를 겪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일들은 다 깨끗하지 못한 믿음과 이해와 수행 때문에 일어나는 것들이다. 삼륜이 청정해질 수 있는 것은 아직도 종교의 몫이다. 불교는 너무 종교성을 말살하는 것으로 공부를 삼는 경향이 있다. 종교성이 너무 강한 것 만큼이나 오류와 피해도 극심하다. 더구나 지금 현대에 와서는 인(因)에서 연과 과로 변이 되는 과정이 대부분 과학의 몫이 되었다. 물리, 화학, 생물, 철학, 심리학 등에서 치고 올라와 급기야는 <신은 죽었다>는 선언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mighty god이 쉽게 죽겠는가, 다만 <신은 골병이 들었다>고 할 것이다.
만일 깨끗한 믿음과 닦음과 깨침을 우리가 가질 수 있다면 종교가 신음하는 신(神)이 죽었다 하는 일들은 씻은 듯이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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