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화 낼 수 있어요!”
3살 난 아들이 목욕을 안 하겠다고 떼를 쓰며 나에게 한 말이다. 목욕을 강요하는 엄마에게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 세상에서 이렇게 억울한 일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 아이에게 나는 ‘이러면 엄마 화낸다’ ‘너 엄마에게 혼난다’로 위협하곤 했는데, 그에 대한 인해 아이의 반응이 ‘나도 엄마 혼낼 수 있어요’ 가 됐으니, 어이가 없었다.
음, 어디서 잘못된 걸까. 몇 가지 떠오르는 생각은 이렇다.
3살 난 아들에게 엄마는 전혀 권위라고는 없는 걸까? 아이가 꼼짝 못하도록 더욱 엄하게 해야 하는 걸까? 혹은, 엄마가 아들을 납득시키지도 못한 채 목욕을 강요한 것이 잘못이겠지. 설득의 심리학이라도 다시 읽어야 하는 걸까?
그날 나는 “잘못한 사람이 혼나는 거고, 엄마는 잘못한 게 없으니 너는 화낼 수 없다”고 설명하는 응급조처를 취했지만, 결국 3살 박이 아이의 울음과 억울함을 수술하지는 못한 채, 겨우 목욕을 마쳤다.
지난 주말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탱글드>는 왜곡된 엄마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 계모는 혼자서 마법의 힘을 소유하기 위해 라푼젤을 탑 안에 가둔다. 18년 동안 계모는 라푼젤이 건강하도록 먹이고, 입히고, 보살피며, 바깥세상과 격리시킨다. 라푼젤은 위험한 바깥세상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엄마의 무한한 사랑이라는 설득에 항상 굴복한다.
자신의 이기적 목적을 숨긴 채, 계모는 라푼젤을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영화 안에서 이런 장면은 만화적으로 연출되지만, 부모 자식간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을 탑 안에 가두는 현실의 부모의 모습에 대한 풍자이다. 영화는 라푼젤이 계모에 반기를 들고, 자신이 왕국의 공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탑을 탈출하게 되는 것으로 결론난다.
영화배우로 더 많이 알려진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으로 데뷔한 1980년 영화 <보통 사람들>은 어머니의 왜곡된 자의식과 사랑이 어떻게 가족을 균열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어머니는 형의 사고에 대한 죄의식으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둘째 아들에게 첫째 아들의 사고에 대한 책임, 혹의 원망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둘째가 남들과 다름없는 정상이며 사랑스런 아들이라고 말하고 대하지만, 동시에 아들이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이웃에게 얘기한 남편에게 히스테리를 보인다.
그녀에게는 잃어버린 사랑이 현재 지켜야할 사랑보다 더 큰 것이며, 본인의 자존감이 현실의 아들보다 더 중요하다. 결국은 사랑과 관심이 더 필요한 둘째에게 어머니의 사랑이란 이름으로 정신적 자립과 냉정한 사고를 강요하며 둘째를 차가운 곳으로 내몬다.
영화는 아들의 아픔을 감싸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이혼을 선언하고, 둘째와 함께 겨울바람이 황량이 부는 뒤뜰에 앉아 새로운 하루를 계획하는 것으로 끝난다. 어머니의 첫째에 대한 집착과 사랑은 결국 남아있는 둘째를 억압하고 마음의 병을 심화시킨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영원한 숙제일 것이다. 3살 난 아들이 억울해 죽겠다는데 기어이 목욕을 시킨 게 어쩌면 ‘엄마가 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준 것일지 모르겠다. 내 아들이 어떤 아들이 되기를 원하기 전에 내가 어떤 엄마인지 돌아보도록 아들이 가르쳐준 교훈이다.
문선영
퍼지캘리포니아 영화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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