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정처 없이 떠돌아가듯 세월도 그렇게 변화무쌍하게 덧없이 우리네 인생과 더불어 흘러 흘러 어디론가 가겠지라고 혼자 생각 하면서 깊어가는 가을 밤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수많은 별들이 하늘 저쪽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별 하나, 별 둘을 세고 있던 중 특이 하게 반짝반짝 빛이 나는 하나의 별이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별 속에서 사랑스럽게 웃고 있는 아내의 얼굴이 보였다. 그 순간 아내와 내가 첫 번째 만남을 가졌던 그 때가 갑자기 떠올랐다.
1979년 초 중매인으로 부터 소개 받을 여인의 신상명세를 대충 듣고 약속 날짜에 지정된 장소로 나갔다. 그 곳은 서울의 중심가에 있는 모 호텔 커피점이었는데 한 시간 일찍 가서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곳 분위기는 잔잔하고, 경쾌하게 흘려 나오는 음악 소리가 그 안을 만남의 장소로 달려가게끔 하고 있었다. 미지의 그 여인을 기다리는 중에도 왜 그리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안정이 되지 않는지 냉수만 들이켰다.
물론 커피는 그녀와 함께 하기 위해서 뒤로 미뤘었다. 나는 커피점 초입만 계속 바라보면서 주위를 살피니 개중에는 2~3명이 비즈니스로 외국인과 상담하는 모습도 보였고, 애인같은 한 두 쌍이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이외는 그날 따라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주위환경을 훑어 보면서, 한편으로는 입구에서 들어오는 숙녀분들만 쳐다보다가 매혹적인 까만 긴 머리를 어깨에 사뿐히 내려놓고, 하얀 얼굴에 눈망울이 큼직하고 시원하게 생긴 그리고 키가 커 보이는 숙녀분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마음 속으로 저런 여자분이 오늘 나와 만남을 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숙녀가 나의 자리로 사뿐이 와 내 앞에 멈추어 섰던 것이었다. 난, 그냥 억! 하고 외마디 소리만 냈었다.
그 숙녀분이 지금의 내 아내가 될 줄이야 꿈엔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때 그 순간 한 눈에 반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해 년 초에 만나 6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전에 몇 개월 만남을 가졌지만, 남들이 흔히 하는 손 한번 제대로 잡아 보지도 못했다.
그 때 당시만해도 그녀는 청순하고 말이 별로 없었고 자기 성격이 확실한 그리고 자신을 잘 지키는 자존심이 아주 강한 여성이었다. 아마도 좋은 가정에서 교육을 잘 받았고 예의범절도 아주 훌륭히 갖추어진 탓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었다. 우리는 그렇게 조용하게 결혼을 하고 딸, 아들 두 자식을 가지면서 행복하고 즐겁게 지냈다
세월이 흘러 고국땅을 뒤로하고 이민 생활에 적응하면서 지금까지 생활 해온지 어느덧 15년을 보내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뛰어왔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낯 설고 물 설은 이국땅에서 언어장벽을 비롯해서 생활습관, 문화 생활의 차이 또 사회통념 그리고 사고방식이 전혀 틀린 속에서 많은 어려운 역경에 부딪치면서 아이들과 우리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그야 말로 피나는 노력과 땀이 흘려서 뭉쳐진 삶을 헛되지 않게 신명을 다 바쳐서 열심히 살아 왔다. 특히 내 아내는 모성애의 힘으로 딸과 아들을 이곳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그 이상 교육을 받게끔 성장시켜서 지금은 아이들이 자신의 갈 길을 가고 있다. 딸은 의료계 분야에서, 아들은 전자 공학 연구 분야에서. 애들 엄마의 애틋한 보살핌 없이 이런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남편인 나는 갑자기 병마에 시달리기 시작하여 2004년부터 병원을 들락날락 하는 동안 아내가 모진 고생을 하면서 지극 정성으로 나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음식을 만들고 보살폈다. 그것도 가게를 여인의 혼자 힘으로 운영 하면서.
오늘도 집안에 그 아내의 향기가 은은히 펴지고 있다.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껴안으면서 귓가에 데고 속삭였다. “사랑해요, 진정으로 사랑해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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