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의 선율은 오케스트라와 같다. 깊어가는 계절의 색깔은 물감을 풀어놓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산과 들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물 잘든 자연의 찬미는 마음의 고향을 읊조리는 멜로디로 다가온다.
가을맞이는 신랑을 기다리는 혼례의 향연, 페스티벌같이 설레인다. 가을의 향연은 열매와 추수의 신비로운 심포니가 아닌가. 빈 마음을 흔들며 합창이 울려 퍼지는 싱그러운 감사의 본향이다.
가을은 풍요롭다. 십 수 년 전 심은 사과나무에 곤충과 새까지 몰려든다. 이웃 노인은 애석한 듯 “벌레 먹은 사과가 달기만 하다”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기다림에 지친 이웃들도 단 사과를 맛보고 나에게 권한다.
인간은 사람을 해치지만 미물인 벌레는 세월을 깨우쳐 준다. 평화 파괴의 주원인도 사람에게 있다.
인간이기에 국민을 노예나 금수처럼 통치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이야기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을 노예화하는 북한정권”을 질타(8월23일)했다. 3대 세습의 정치행태는 이 지구촌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악랄한 탐심(貪心)이 아닌가.
때를 맞추어 북한에서 싫어하는 ‘귀신 잡는 해병’을 처음 써서 세계만방에 보도한 마거릿 히긴스가 한국정부로부터 수교훈장 흥인장(2등급)을 9월31일 수여받았다. 고귀한 생존권과 전투정신도 가을이 일깨워주는 숭고한 공헌이다. 인간은 아름답다. 다 함께 자유로울 수는 없을까. 가을 교훈은 평등, 자유, 문화 정신이다. 분쟁은 다툼만 만들고 인간을 황폐화시킨다.
세계적인 과학과 문학도 제 철을 만난다. 수많은 문학도들이 발행하는 힌국출판업계 통계에 의하면 한인 수필집만도 매년 700여권에 달하는 열매(탈고)를 맺는다. 그 뿐 만인가, 과학도는 색의 본질과 광채를 탐색하고 규명한다. 의학도는 산의 풍광과 스트레스 해소를 읊기도 한다. 결실의 향연에 형형색색의 음색은 오케스트라 화음과 조화의 완벽한 하모니로 가슴을 울리지 않는가. 가을 소나타는 순종, 감사, 기쁨뿐이다. 가을찬가는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기 때문이다.
이달이 지나 11월이면 철만난 단풍잎도 바람에 향가를 풍기며 색깔의 향연을 뽐내리라. 잎사귀는 흩날려 퇴비가 되고, 새 생명의 거름이 되며, 매미도 서둘러 찬바람 속을 떠나간다. 가을날의 오케스트라에 맞추어 호수와 강에 펼쳐진 훼스티벌의 멋진 전시는 거대한 대자연의 수채화처럼 느껴진다.
가을에는 살찐 동물들마저 번식에 초조하다. ‘임자’를 찾는 연분 맺기에 육감을 총동원한다. 매력은 마음에 숨기고, 눈을 가리고, 냄새에 푹 취하는 것이지 않던가. 종족 보존의 본능은 예술성으로 승화된다. 예술은 사랑과 혼동되기도 한다. 가을은 그래서 첫사랑을 생각나게 한다.
예술은 잔인하다. 문학과 과학도 궁핍한 과정을 거쳐 종착역도 없이 달리는 인생 마라톤과 같다. 집념과 성취감으로 초췌한 인생을 ‘제 몸 태우며 빛을 발하는’ 촛불정신에 혼신을 다한다. 삶의 반칙선은 미련과 아쉬움마저 내 팽개치고, 작품에 불태우는 기적을 창조한다. 마라톤 종점에서 만날 죽음과 열매는 같은 결론이다. ‘진실’은 빈 마음으로만 볼 수 있다. 가난한 가랑잎이 더 멀리 날 수 있는 진실과도 같다.
삶의 열매도 찬란한 채색과 음색에서 ‘깨우침’을 얻는다. 나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마음이 올곧고 가벼우니 인생 열매도 아름답다. 삶의 월계관으로 향기로운 전설과 족적(발자국)을 남기는 것이다.
나무를 보면 열매를 안다. 그러나 색깔은 매일 다르니 확신할 수 없다. 삶은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한 골프선수는 (목에) 힘 빼는데 만도 3년이 걸렸다고 한다. 때로 인생은 호기심으로 행복하다.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좋은 날이 되는 것이다. 물음표는 수치가 아니라 자랑일 수 있다. 가을을 아시는가. 북망산 길에 묘비문은 정하셨는가.
(newchallenge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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