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할로윈을 시작으로 송년 할라데이 시즌이 시작되는 것 같다. 할로윈이 지나면 추수감사절이 오고 그 무드가 크리스마스까지 죽 이어진다. 알다시피 그 중심에는 종교가 있다. 현대에선 딱히 특정 종교만의 것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문화현상이라 말해진다. 사전적인 의미의 문화란 인간 사회가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려는 활동의 과정에서 이룩해낸 물질적 정신적 소득의 총칭이다. 특히 학문, 예술, 도덕 등의 정신적 소득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종교도 그 중의 하나다. 종교를 떠나 대중은 이 분위기 속에 휩쓸려 축제를 즐긴다. 그렇긴 해도 이방인의 입장에선 이러한 분위기에 썩 들러붙기란 쉽지 않다. 문화적 차이라는 것은 단기간에 극복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라는 것은 나라와 시대와 민족이 어우러진, 아주 미묘하고 거대한 것으로, 한 인간이 좌지우지 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딱히 강력한 그 누가 나서서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그 시대 안에서 스스로 해야 할 바를 하고, 그 결과들이 모여 그것이 하나의 문화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다. 어머니가 그렇게 해오셨고 옆집에서, 이웃에서 그렇게 하고 있고 티브이에서 그렇게 하고 있으니 나도 하게 된다, 는 맥락에서 이해해 보면, 보이지 않는 누군가 강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 문제는 그 누군가의 정체를 우리는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이 문화라는 것이고 그것이 전통이라는 것이고 역사라는 것이고 세상이라 알고 알지만, 그 실체는 아무도 만난 적이 없다. 그래도 그것을 따라가는 우리가 신기하지 않은가. 하지만 일반 대중은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 하지 않는다. 그냥 해왔으니 하는 것이고 남들이 하면 하고, 남들이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한다. 이 과정에서 대체적으로 많은 이가 행하는 것은 이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소멸된다. 정체는 알 수 없되, 그 힘은 막강하다. 이 유령 같은 힘에 의해 생성되었다가 소멸된 것들이 그 얼마던가. 과거에는 한국에는 없던 할로윈이라는 축제가 요즘은 일반 소시민까지 행하게 되었고, 대신에 추석날 달맞이 가고 한복입고 강강수월래 하는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대중의 속성이란 많음에 있지만, 많은 이가 행한다고 해서 그것이 가치 있거나 없고, 옳고 그르고를 결정짓는 잣대는 아니다. 가령, 숫자적으로 불효 하는 이가 많다고 해서 그것이 옳은 것은 아닌 거처럼 말이다. 그리고 숫자적인 약세라는 것이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불후의 명작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종교도 문화인 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임에는 아무런 이의가 없겠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한국 불자들은 숫자의 약세를 논한다. 수가 적다는 것은 세상에서 존속하기 힘들다는 거짓, 혹은 진실이 있다. 미국의 불교는 확실히 숫자적으로 약세다. 하지만 이것이 지금 생성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있던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면 말이다. 문화의 발생은 하나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보면 지금 작은 것이 시작되고 있다면 미래에는 반드시 번성할 날도 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무상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크거나 작거나, 적이거나 아군이거나, 너이거나 나이거나 같은 시비를 벗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가치를 재는 잣대가 아님은 이미 말했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는가, 이고 내가 좋아하는 그것을 많은 이가 축제로 여길 수 있도록 내가 만들어 가고 있는가, 이다. 이러한 자리에서는 남의 축제, 나의 축제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어울림의 장에서는 누가 이방인일 것도 없고 주인이랄 것도 없는 것이다. 함께 하는 가운데 행복하면 된다. 어우러짐, 이것이 축제의 진정한 의미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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