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녀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키워나가야 삶이 훨씬 유복하고 성공적일 거라는 생각일 뿐입니다”
뉴욕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칼 팔라디노 공화당 후보가 지난 10일 캠페인 중 한 말이다. 누가 들어도 ‘지당한 말씀’이고, 청중이 정통 유대교 지도자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더욱 지당한 연설이다.
하지만 이 연설 때문에 팔라디노는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단순히 ‘결혼’과 ‘가정’의 가치를 내세운 게 아니라 동성애 반대 입장을 강조하느라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상대 후보인 민주당의 앤드루 쿠오모 주 검찰총장이 동성애자 퍼레이드에 참가한 것을 비판하면서, 이런 식으로 ‘동성애가 괜찮은 것’이라고 아이들을 세뇌시켜서는 안 된다는 게 요지였다.
대규모 대중 연설도 아니고 긴 수염에 검은 모자, 검은 양복 입은 극보수 유태인들만 모인 자리에서 한 연설이니 몇 년 전만해도 조용히 넘어갔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작은 모임에서 한 말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트위터나 유튜브로 그대로 중계된다.
동성애 권익옹호 단체들의 빗발치는 항의는 물론 뉴욕 타임스는 사설로까지 그 편협성을 비판했다. 팔라디노 진영이 “사실은 그게 아니고 …” 하며 변명을 해봐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요즘 ‘동성애’가 민감한 이슈로 떠올랐는데 그걸 잘못 건드린 것이었다.
동성애자, 특히 동성애 청소년들이 겪는 고통에 미국사회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찬반 입장을 떠나 사회의 약자 중의 약자로 괴롭힘을 당하는 동성애 아이들에 대한 동정이다. 지난 한달 동안 4명의 동성애 소년들이 자살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동성애 성행위가 인터넷으로 중계돼 자살한 럿거스 대학생은 18살이니 그나마 성년에 가깝지만 다른 소년들은 이제 겨우 13살 ~ 15살이다. 그 아이들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행동거지 때문에 ‘게이’로 찍히고, 집밖에만 나가면 놀림과 위협, 폭력이 그치지를 않으니 아이들이 더 이상 견디지를 못한 것이다.
남가주, 테하차피에 살던 세스 월시(13)라는 소년은 지난달 19일 뒷마당에서 목을 맨 후 응급실로 옮겨졌다가 일주일 후 사망했다. 계집아이처럼 예쁜 것만 좋아하던 소년을 가족들은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또래 아이들이 가만 두지를 않았다. 직접 대면해서 괴롭히는 것은 물론 전화로, 인터넷으로 끊임없이 놀리고 못 살게 굴었다.
은퇴 교사인 그의 할머니에 따르면 소년 자신도 게이로 살고 싶지 않았다. 여자 친구도 사귀어 보려 했고, 성경책을 많이 읽으며 남들처럼 되고 싶어 무진 애를 썼다. 하지만 바뀌어 지지 않았다. 13년 짧은 생애 대부분을 아이는 겁에 질려 살았다고 할머니는 가슴 아파했다.
‘동성애’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한인사회에도 이미 90년대에 동성애자 모임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동성애자들이 꽤 있다. 한인교회나 한국어 학교 등 한인자녀들이 모이는 곳에도 간혹 행동이 좀 다른 아이들이 눈에 띈다. 이들 동성애 성향 청소년의 자살률은 일반 청소년들의 서너 배에 달한다. 그만큼 아이들의 삶이 괴로운 것이다. 동성애에 대한 찬반은 차후 문제다. 우선 약자 중의 약자인 그 아이들을 품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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