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으로 경제가 어렵다. 얼마전부터 법도 이런 어려운 경제 현실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우선 한인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변호사로서 사건 수가 급감하였음을 지적할 수 있다. 경기가 어려우니 판매 대금 회수가 잘 안된다. 대금 회수를 위해서는 소송밖에는 없는데 우선 자신의 변호사 비용이 부담스럽다. 그리고 승소를 하여도 금방 회수가 안되거나 영 못 받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니 변호사를 찾기가 망서려진다. 경기가 어려우니 새로 시작하는 사업이 없다. 당연히 회사 설립 업무, 계약 체결 업무, 리스 계약 업무가 준다.
반대로 불경기와 관련된 업무는 늘고 있다. 먼저 한인들 사이에서 파산이 늘고 있다. 파산이 전문이기는 해도 개인적으로는 파산을 적극 권유하지 않는 편이다. 파산은 일종의 경제적 사형 선고라고 할 수 있기에 다른 어떤 것도 통하지 않을때 최후의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다. 그래서 채권자들의 성화를 견딜 수 있으면 견디라고 권한다.
파산을 하게 되면 파산 신청한 사람의 재산을 관리하는 관재인(Trustee)이 파산 신청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신청서의 진실을 확인하는 청문회가 있는데 요즘 그 날의 청문회 일정을 보면 항상 한인들의 명단이 없는 때가 없다.
한인들의 경우 순수 개인 용도로 크레딧 카드를 쓰고 못 갚은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사업상의 채무에는 크레딧 카드 빚도 물론 많은데 자금 압박에 시달리다 못해 크레딧 카드까지 끌어 쓰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파산법이 개정되면서 채무의 대부분이 소비자 채무인 경우 수입이 그 주의 평균 수입을 능가할 경우에는 채무가 전액 청산되는 챕터 7 대신 일부라도 3년 기간에 걸쳐 상환하는 챕터 13 파산만이 허용되었는데 다행히 한인들은 대부분 사업상 채무라 이의 적용을 별로 받지 않는 편이다.
1994년경에도 경기가 불황이었다. 그때도 파산 사건이 많았다. 그런데 파산을 까다롭게 만든 개정 파산법의 여파로 그때만큼 파산 사건이 많지는 않다. 그리고 파산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데 워낙 경기 침체의 골이 깊다 보니 파산을 하더라도 새 출발을 할 새로운 사업을 할 여력이 없다.
다음으로 차압이 늘고 있다. 주택 차압은 물론이고 기타 사업체 자산에 대한 차압도 늘고 있다. 물건 판매 대금 회수를 빨리 하기 위한 하나의 좋은 방법으로 가압류라는 것이 있다. 본안 심리(즉 재판)에 가면 승소가 확실한데 그 사이에 채무자가 재산을 정리해 버리면 승소 판결을 받아도 집행할 재산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재판 전이지만 재산을 압류해서 승소 판결 집행에 대비하겠다는 것이 가압류이다.
가압류 처분이 떨어지게 되면 재판의 결말이 날 때까지 차압당한 재산이 동결되므로 채무자에게는 치명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가압류 처분이 내려지게 되면 10 중 8-9는, 당장 갚든가 정말 형편이 어려운 경우는 나누어서라도 갚을테니 합의를 보자고 나오게 된다.
그리고 신종 법률 서비스 영역으로 융자금 조정 또는 삭감, 카드 빚 조정 등이 뜨고 있는데 이전에는 이런 분야가 없었다. 그러나 융자금 삭감이나 조정이 광고만큼 그렇게 쉽지 않다. 성공하는 비율은 30-40%에 불과하고 그나마 일시적인 이자율 경감이나 월 지불액 경감이지 원금 자체는 여전히 그대로 있거나 후일 다 고스란히 추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은행도 바보도 아니고 세상에 그렇게 좋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법. 어려운 사람의 상황을 악이용하여 돈만 챙겨가는 악덕, 사기 변호사와 유사 법조인이 있으니 사탕 발린 말에 유혹받지 말고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
박준창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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