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장하다, 태극 소녀들. U17 월드컵 일본과의 결승전을 지켜보니 조직력, 볼 키핑, 패싱 등의 기본기는 우리 팀이 한수 아래였다. 운도 따랐고 골 결정력과 정신력으로 이뤄낸 승리였다. 우승 후 본국 뉴스에 쏟아져 나오는 숫자들은 정말 믿기 힘들었다. 한국 내 전체 여자 등록 선수는 1,450명, 고등학교 여자 축구선수 고작 350명이다.
만 5세이던 5년 전 축구를 시작한 딸아이가 소속되어 있는 노스 어바인 ‘AYSO’(American Youth Soccer Organization) 10세 이하 여자축구의 이번 가을 시즌 뛰는 선수가 총 17개 팀 160명이고 사이즈가 비슷한 사우스 어바인과 합치면 300여명에 이른다. U5, U6, U7, U8 선수들과 U12, U14, U16 선수들, 클럽 사커팀 선수들, AYSO나 클럽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학교 팀 선수들까지 합치면 어바인 시에서 뛰고 있는 만17세 이하 여자축구 선수가 한국 내 전체 여자 축구 선수 숫자의 두 배쯤 되지 않을까 싶다.
구글 앤서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정기적으로 축구를 하는 인구는 1,800만이고 그중 40% 정도가 여자라고 하니 700만명 이상의 여자가 축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07년 이후 계속 FIFA 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 여자 국가대표팀의 저력은 바로 이 두터운 선수층에서 나온다. 참고로 한국 현 FIFA랭킹은 21위이며 내년 독일에서 열리는 성인 여자 월드컵 본선에 아시아에 배정된 세 팀으로 일본, 북한, 호주가 예선 통과를 했다.
여민지, 지소연 선수의 U17, U20 활약상에 2015년 월드컵 선전을 기대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고등학생, 대학생 스트라이커 두 명으로 월드컵 우승까지 점치는 비약은 제발 삼가 주기 바란다. 잘된 밥에 재 뿌리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우선 여자 고등학교 선수들과 대학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성인 월드컵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 것은 무리이다.
2015년 월드컵 결과를 점치는 것은 차치하고 먼저 한국 여자축구는 저변확대에 힘써야 한다. 유소년 축구발전을 위해 ‘KYSO’ (Korean Youth Soccer Organization)를 창립하건 영국식으로 프로 축구팀들의 지원을 받는 여자 클럽 사커리그를 만들건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청사진을 바탕으로 꾸준한 저변확대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딸 아이가 속해있는 AYSO는 U10 부터 승패를 가르기 시작, 정규시즌 우승팀과 플레이오프 승자팀이 어바인 시장배를 놓고 11월 중순 결승전을 치른다. U8까지는 승패에 무관하게 정말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기본적인 경기규칙과 팀 스포츠 정신을 가르치는데 주력하지만 U10이 되면 주심과 선심 두 명이 옐로우, 레드카드만 없다뿐이지 전적으로 FIFA룰에 의거해 게임을 진행한다.
무엇보다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하느냐 하는 사고의 개조가 필요하다. 이번 U17 월드컵 우승은 저변 확대에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려서 몸의 균형감각을 키워주고 팀 스포츠 정신을 가르치는 데는 축구만한 운동이 없다는 사실을 부모들에게 각인시켜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2015년은 몰라도 2020년 여자 월드컵 때쯤이면 열매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소수정예 여자 선수들을 정신력으로 무장시켜 월드컵에서 빛을 보려는 것은 북한에서나 지향할 방법이고 저변확대에 따른 자연적 성장이 제대로 갈 길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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