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메릴랜드 대학교 신문학대학에서 영구직(tenure)을 받지 못하게 사태가 꼬여가고 있던 1980년대 초에 시간 강사로 기사 작성법을 가르치던 워싱턴 포스트의 흑인 기자가 있었다. 코트랜드 밀로이란 그 사람과 수인사 이상의 교분을 나눌 경황조차 없었던 나였지만 포스트에 실린 그의 글, 특히 그가 나중에 사회면의 칼럼니스트로서 쓴 글은 계속 읽어보는 편이다.
최근에 그는 애드리안 펜티 워싱턴 DC 시장의 민주당 예선 탈락에 대해 쾌재를 부르는 칼럼을 썼다. DC는 공화당이 발을 못 붙이는 곳이라서 민주당 예선 당선이 곧 시장 당선을 의미하는 곳이다. 밀로이는 펜티의 시장 재선 실패를 워싱턴 시를 지배해온 삼두체제의 몰락이라고 규정한다. 펜티 시장, 피터 니클스 DC 검찰총장과 미셸 리 교육감이 일반 시민들을 안하무인격으로 능멸해왔던 터에 꼴좋게 밀려나게 되어 속 시원하다는 투다.
펜티가 4년 전 DC의 흑백지역구 모두에서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을 때 약자들을 돌본다고 약속했었음을 상기시키면서 밀로이는 펜티가 시장 임기 초부터 부상당한 사람들에 총질을 시작했다고 혹평한다. 무숙자 수용 시설을 폐쇄했다, 직업 교육 프로그램을 없앴다, 시 직원들을, 특히 가장인 여성 직원들을 해고시켰다 등의 예를 든다.
니클스 검찰총장은 펜티 부모의 친구로, 그보다 30년 연상이지만 펜티의 과감한 정책 입안을 밀어붙이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 펜티의 가장 독선적인 인사로서는 미셸 리를 교육감으로 선택한 것이 꼽히고 있다.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어떤 비영리 교육단체의 무명 간부이던 미셸 리는 약 3년이 넘는 사이에 교육 개혁의 최고 투사로 부각되어 왔다.
그는 펜티에게서 워싱턴 교육감을 선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던바 마치 딕 체니가 부통령 후보 인선을 조지 부시에게서 위임 받았다가 자신을 후보로 낙점했던 것과 비슷하게 자기 자신을 천거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셸 리는 펜티의 통치 스타일을 꼭 닮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교육 개혁의 여걸로서의 평판을 획득했다.
예를 들면 교원 노조나 학부형들의 반대나 불평만이 아니라 시의회도 무시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따라서 워싱턴의 새 시장이 될 빈센트 G. 그레이 현 시의회 의장과 충돌이 잦았다.
펜티에게서 교육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은 미셸 리는 무능한 선생들이나 교장들을 과감하게 해고 시키는 등 교원 노조는 물론 DC의 여러 파워 블록들을 무시하여 교육 개혁을 잘한다는 칭찬과 아울러 원망을 많이 들었다. 266명의 교사들을 전격적으로 해임하는 등의 독단적인 처사가 많았었기 때문에 그와 시장을 반대하는 교원 노조가 그레이의 당선을 위해 노력했음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반대 의사를 용납지 않는 미셸 리의 오만하기 짝이 없는 용감성이 어디서 온 것인가를 내 나름대로 분석해 보면 37세에 크게 출세한 것이 큰 작용을 했을 성 싶다.
연봉이 워싱턴 DC 시장과 모든 연방 의원들 그리고 모든 장차관 보다 높은데다가 운전사가 딸린 자동차도 그의 계약 가운데 들어 있었으니까 우쭐할 만도 했을 것이다. 사실 연방 의원 536명 가운데서도 의회 지도자들 몇을 빼고는 관용차가 없다는 사실을 두고 볼 때 미셸 리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은 셈이다.
게다가 교육 개혁을 중요시하는 오바마와 그의 교육부장관도 미셸 리의 교육 개혁을 상찬하는 마당에 그의 자만심은 더욱 더 고조되었을 법하다. 그의 유아독존식의 태도는 그가 타임 잡지의 표지 인물로 등장했을 때 분명해졌다. 그가 빗자루를 들고 있는 표지 사진 사용에 동의한 것이다. 빗자루는 깨끗이 청소한다는 개혁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반면 마귀할멈처럼 빗자루를 비스듬히 타고 날아다닌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선우 / 변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