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발급에 대한 한국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해외 거주 동포가 현지법을 위반할 경우, 한국 여권 발급을 거부할 수 있는 여권법 개정안을 추진하려고 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여권법 개정안 17조 2항에 의하면 “외국에서 현지법 위반으로 출국 당한 바 있고 재입국해 유사한 행위로 국위를 손상시키거나 자신 또는 여타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1년 이상 3년 이하 동안 해당 국가에서의 여권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 체류를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법률은 거주 이전의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이슬람 국가에서 선교하는 사람들의 종교의 자유 또한 제한 할 수 있다. 먼저 개정안에서 “국위를 손상하거나 안전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 등의 규정은 그 정의가 모호하고 또한 확대 해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크다.
이럴 경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 되어, 해외 방문자나 해외 동포들의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 더욱이 현지법의 위반으로 일단 처벌 받은 해외동포에게 한국 정부가 여권발급의 제한이란 족쇄로 또 다시 처벌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 처벌이다. 미국 법에 의하면 여권 발급의 제한은 일정한 범죄와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만 하고 타국의 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여권을 제한하는 명문 규정은 없다.
여권 개정안은 세계화에 역행하는 법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원 없고 좁은 땅덩어리 한국에서 지금도 더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서 세계화를 추진해도 부족한 이때에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법안은 분명 세계화의 진정한 추진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비록 현지법에서 범법행위를 하여 처벌 받았다고 하더라도 범행의 죄질과 의도성에 따라 선별하여 심사하는 기준이 없기에 다시 재기할 수 있는 많은 사람의 기회를 빼앗아 갈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 국위의 손상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고 여타 국민의 ‘명백한’ 안전의 위태로움을 규정하지 않고 여권 발급을 제한하여 족쇄를 채우는 것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개정 여권 개정 법안으로 인해 여권 발급이 중단되어 본의 아니게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이산가족이 생기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바이다.
외교부의 세계화 역행은 여권발급 제한의 움직임에서 뿐만 아니라, 여행허가서 발급 중단에서도 엿볼 수 있다. 미국 현지에서 합법적인 신분을 획득하기 위해 영주권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간혹 그런 분들 중에 한국에서 형사소송이 계류 중이기 때문에 여권을 발급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문제는 그들이 영주권 인터뷰를 갈 때 본인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유효한 여권이 없어서 이민국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일전에는 이곳의 해외 공관 한국 대사관에서 여권 대신 여행 허가서를 발급해 주어 해외 거주자의 영주권 신청을 통한 정착을 도와주었다. 즉 여행 허가서는 한국 국적의 사람임을 확인해주고 미국 내에서 영주권 신청이나 각종 비자 변경 시 꼭 필요한 증명서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행허가서를 더 이상 발급해 주지 않는다. 현 외교부의 입장은 한국으로 꼭 귀국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만 불가피한 사정과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여행 허가서를 발급해주고 있다. 그 이유는 여행증명서가 비록 일회성이긴 하지만 여권과 똑 같은 효력이 있기 때문에 발급에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악의가 있거나 고의적으로 법을 위반하고 온 사람이 아닐 경우에는 선별하여 해외 동포의 현지 정착을 도와주는 것이 세계화의 취지에도 일치한다고 본다.
전종준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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