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추구권 -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 고통이 없는 상태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실현하는 권리,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다.
행복을 쫓을 권리라니 너무 추상적이며 광범위한 얘기다. 참된 행복의 의미를 논의하자면 스토아학파니 에피쿠로스학파니 하는 철학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볼 수도 있고, 인도의 현자나 예수, 부처가 설파한 행복한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 의미를 머리로 이해한다고 해도 하루하루의 삶에서 행복을 느끼기란 갈수록 어려운 일처럼 보인다. 행복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고 매진하지만, 그 결과가 항상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대학만 들어가면 행복할 것 같았던 고등학교 시절을 견디고 나니, 진로, 학업, 연애 등의 더 복잡한 문제들로 고민했던 대학시절이 왔고,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니면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낄 거라 생각했지만 그 속에서 겪었던 문제들 역시 녹록하지 않았다.
행복하기 위해 성공해야 하는 사회다. 행복하기 위해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행복하기 위해 큰 집에 살아야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친구와 이웃과 경쟁하고 점점 그 속도는 빨라진다. 빨라진 속도만큼 더 큰 차와 더 큰 집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 속도만큼 우리는 늙어버린다. 몸도 마음도.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그 행복은 그 속도에 맞춰 우리보다 한발 앞서 달려나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또다시 행복은 유예되고 만다.
10년 동안 백화점 한켠 한평 남짓한 공간에서 과일을 깎는 청년. 수박이며 파인애플 등 크고 작은 과일들을 한손으로 돌려가며 잘도 깎는다. 하얀 얼굴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지만 이제 손에 익어 할 만하다며 쑥스럽게 웃는다.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쳐 몸이 불편한 데도 하루에 수십 대의 차를 세차하는 마흔 살의 총각. 그가 일하는 가게는 장마철에도 문전성시다. 혼이 담긴 세차를 하기 때문이다. 세차하는 그의 얼굴엔 순박함과 일에 대한 열정과 행복이 깃들어 있다.
‘생활의 달인’이란 TV 프로그램에 등장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얼굴에서 행복을 본다. 머리로만 이해했던 행복이 손에 잡히듯 눈에 보인다.
행복의 의미를 이해하고 행복의 조건을 하나하나 열거할 수 있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행복은 내가 행복하다고 인식하기 전에 이미 몸에서 반응하는 상태이다. 관념이 아닌 실제인 것이다. 그저 사람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그게 행복이다.
명예와 돈에 욕심내는 정치인들 얼굴에서 ‘썩소’가 아닌 행복한 미소를 본 적이 있는가. 욕심 많은 기업가의 얼굴에서 행복의 기운을 느낀 적이 있는가.
10-20년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달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하다 보니 달인이 되었다는 그들. 자신의 있는 자리에서 즐거움을 찾는 그들. 그들이 행복의 정의나 행복의 조건을 따박따박 찾아 이해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는 데 있어 머리로 아는 것은 그리 쓰임이 많지 않다. 대학입시나 입사시험 정도에만 유용할 뿐.
그럼 어떻게 하면 행복을 몸에 불러들일 수 있을까. 오늘 본 광어 도매집에서 일하는 ‘고무줄 묶는’ 달인의 말이 그 방법이 아닐까. 29살 앳된 외모의 가장의 말이다.
“일이 힘들지는 않아요. 힘든 것에서 즐거움을 찾다보면 일도 즐거워지고 힘들다는 생각도 사라지게 되지요”
매사에 짜증나고, 외롭고 불안하고, 세상만사 다 귀찮다면 잠시 생각을 접고 ‘생활의 달인’을 보시라.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기와 행복을 느껴보시길.
김진아 / 광고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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