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의 주부 K씨는 요즘 양로병원의 시어머니를 방문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94세의 노인이 죽으로만 연명한지 벌써 여러 달째다. 이를 빼서 밥을 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시어머니를 뵈러 갔더니 옷에 피가 튀겨 있었어요. 무슨 일이냐고 여쭤봤더니 의사가 와서 갑자기 이를 4개나 뽑았다는 거예요”
그의 시어머니는 실명상태이다. 80대 초반부터 앞이 안보여 몇 차례의 각막이식 수술로 시력을 유지했지만 이제 노인은 재수술을 거부한다. “이만큼 보고 살았으면 됐다”는 것이었다.
앞이 안 보이는 노인이 이가 아프다고 한마디 한 것이 화근이었다. 병원 소셜워커와 치과의사가 오더니 “아 ~” 하라고 해서 노인은 이 검사를 하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입을 벌리자 주사를 놓더라는 것이었다. 마취주사였다. 그리고는 이를 4개나 한꺼번에 뽑았다. 상처가 아물면 의치를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사전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한번 상의도 없었고, 발치하면서 턱받이도 하지 않아 피가 옷에 다 튀었으니 “얼마나 노인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냐”며 K씨는 분개했다. 너무 화가 나서 단골 치과의사에게 물었더니 “90대 노인의 치아를 한꺼번에 그렇게 뽑는 일은 없다. 자기 치아 관리도 어려운 분에게 의치를 만들어 준다면 그걸 어떻게 간수하겠느냐”고 하더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메디칼 의료비를 챙기려고 한 일이 분명해요. 보호자가 자주 방문하는 환자에게도 이렇게 하는데 하물며 찾아오는 사람 없는 노인들에게는 어떻게 하겠어요?”
힘없는 노인들에 대한 부당한 처사라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병원 측을 따끔하게 혼내주려 하자 시어머니가 말리더라고 했다. 노인의 말인즉 “고자질했다고 (병원에서) 내가 미움 받게 되면 어쩌느냐. 눈도 안 보이는 나를 학대하면 어쩌느냐. 조용히 넘어가자”는 것이었다.
노인들의 메디칼, 메디케어 보험금을 노린 탈법 편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쓰지도 않는 휠체어 대여비가 매달 청구되는 가하면 한번 진료 받은 것이 서너 번으로 튀겨지고, 진찰 한번 받았는데 수술비가 청구되는 일은 다반사다.
그런데 노인들이 스스로 운신할 수 없는 처지가 되면 상황은 더 비참해진다. 죽는 날까지 몸을 의탁해야 하는 시설에서 의사가 불필요한 치료를 하거나 수술을 한다 해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노인들의 현실이다.
그뿐이 아니다. 최장수 국가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일본에는 기록상 100세 이상 노인이 4만399명이나 된다. 하지만 그중 1,000여명의 행방이 묘연해서 정부 당국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 111세의 노인, 소겐 가토 케이스가 계기가 되어 100세 이상 노인들의 행방을 추적하면서 드러난 현실이다.
가토는 일본에서 최고령자 중 한명으로 꼽혔었지만 사실은 30년도 더 전에 사망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지난 7월말 경찰이 집에 가보니 그는 미라로 침상에 누워있었다. 그의 은퇴연금을 계속 타기 위해 딸이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었다.
고령화 시대의 슬프고 어두운 이면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들을 봉으로 여기는 탈법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노인을 공경하는 우리의 전통 문화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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