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0대 청소년들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참전 상이 미군들의 가슴속에 재활의지를 지피며 울려퍼졌다.
20일(워싱턴 시간) 낮. 미국 워싱턴 D.C. 외곽에 자리잡은 월터리드 미 육군 보훈병원 구내식당에서 작지만 뜻깊은 자선공연이 진행됐다.
미 버지니아주 패어팩스 지역의 한인 중.고생 17명으로 구성된 `컴패션 뮤직 벌룬티어’(Compassion Music Volunteers)라는 이름의 연주단이 부상당한 참전 군인들인 입원 환자들과 스태프들을 위해 진행한 위문 콘서트였다.
공연은 한국전 60주년을 맞아 이들 학생이 미군 참전에 대한 `보은’(報恩)의 뜻으로 공연 의사를 전달, 육군병원측이 흔쾌히 수락해 이뤄졌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이 병원 공보과의 데이비드 디킨슨씨는 "전문 연주단의 위문 공연은 더러 있지만 어린 학생들의 공연은 전례가 없었고, 특히 한국 학생들이 병원에 들어와서 공연을 한 것은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연주에 참가한 이관용(16.토머스 제퍼슨고)군은 "태어나기도 전 일이지만 한국전 때 도와준 미군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뜻에서 준비했고, 공연 제목도 `우리를 지켜줘 고맙습니다’(Thank you for defending us)로 했다"고 말했다.
서예현(14.여.토머스 제퍼슨고)양은 "전쟁이 일어나면 많은 어린이들도 죽고 다치고 하는데, 이런 전쟁이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도 담았다"고 말했다.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로 구성된 이들 청소년 악단은 식당 한 귀퉁이에 마련된 즉석 무대에서 1시간 가량 연주를 펼쳤고, 점심식사를 하면서 공연을 즐긴 환자들과 병원 관계자들은 한곡한곡 연주가 끝날때마다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를 비롯, `러브 미 텐더’, `마이 웨이’와 미국 국가격인 `성조기여 영원하라’ ‘미국에 축복을’ 등 20여곡이 연주됐고, 한국 전통악기로 흥을 돋우는 장구 공연과 아리랑 연주, 초등학생의 피아노 독주도 곁들여졌다.
공연을 관람한 병원 군의관인 날리아 나비로(여) 중위는 "해맑은 어린이들의 공연은 환자들에게는 `사기 충전제’(morale booster)"라고 말했다.
간호부 소속인 데니스 히긴스 소령은 "아버지가 한국전에 참전했던 터라 한국 어린이들의 아름다운 공연을 보니 감회가 깊다"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갖게 해주고, 병원 직원들에게는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학생들은 공연 전후로 자신들이 손수 만든 기념품인 비누와 한국을 알리는 리플릿을 관객들에게 나눠주며 ‘한국 홍보 전령사’ 역할도 톡톡히 했다.
지난 2008년 9월 결성된 `컴패션 뮤직 벌룬티어’ 연주단은 매월 한 차례 지역사회 양로원이나 홈리스 시설을 방문, 자원봉사 공연을 해왔고, 구호단체들과 연계한 에티오피아 아동돕기, 아이티 지진재해 돕기 기금 마련 공연과 독도 알리기 공연도 펼쳤다.
지난 1909년 종합병원으로 설립된 월터리드 육군병원은 1차, 2차 세계대전은 물론 한국전, 베트남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부상 미군 수십만명을 진료해온 최고의 미 육군병원으로 현재 입원.재활 환자는 아프간전 부상 미군이 가장 많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식 전날 이 병원을 방문했고, 지난해 11월 아프간전 병력 증강 결정을 앞두고 또 이 병원을 다시 찾는 등 군 통수권자로서의 의미를 되새길 때 방문해온 상징적 미군 병원이기도 하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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