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인 지난 2007년 여름 친구의 생일파티에 참석했다가 중국계 갱들과의 시비에 휘말려 결국 갱단원의 칼에 찔려 희생된 한인 젊은이가 있었다. 당시 20세였던 이모군은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시비를 걸어온 중국계 갱단원들에게 맞섰다가 집단 폭행을 당한 뒤 10여차례나 칼에 찔렸다. 당시 사건은 한인 청소년의 탈선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식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개인적으로 이군을 잘 알고 있던 기자에게 그의 죽음은 탈선과는 거리가 먼, 이민사회 상황이 가져온 비극으로 다가왔다.
이군은 고교 시절 부친과 떨어져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민 생활을 겪으면서도 마켓에서 일을 하며 용돈을 마련하던 성실한 학생이었다. 어려운 환경 때문에 한때 방황하던 적도 있었지만 군인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며 열심히 생활했었는데 중국계 갱들의 한인 비하를 참지 못하고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이었다. 당시 이군의 죽음을 단지 개인적 비극으로 차치해버리기에는 상당수의 한인 청소년들이 처해있는 현실은 너무 심각한 것이었으며 이같은 상황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경찰과 갱범죄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한인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너무 쉽게 갱단과 갱문화에 접하고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매년 한인 및 아시아계 갱단은 ‘영스터’로 불리는 새로운 신입 갱단원들을 모집하기에 급급하고, ‘OG’(오리지널 갱스터)라고 불리는 갱단 선배들은 각종 강력범죄에 연루돼 구치소나 교도소 생활을 하면서 여기에서 형성된 범죄자 인맥을 통해 보다 조직적으로 갱단을 이끌어나가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갱단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해 LA카운티 셰리프국은 아시안 갱 전담반을 출범시켜 LA 동부지역에서 이들 갱단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고, 일부 단체들은 이러한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각종 교육과 세미나 등을 통해 문제 예방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민사회의 언저리에서 방황하고 있는 이들 청소년들이 실질적으로 커뮤니티나 주변으로부터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드물고, 한인 부모들도 힘든 이민생활 속에서 자녀들이 겪는 방황에 대한 이해와 깊은 관심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아직도 상당수의 한인 청소년들이 바로 ‘무관심’의 희생자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은 “그들의 시선에 맞춰 멘토가 되어 그들의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인 커뮤니티가 점점 성장과 발전을 하고 있지만 한인 청소년 문제는 갈수록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젠 미래의 꿈나무로 자랄 한인 1.5세, 2세들의 문제를 단지 지적하고 형식적인 처방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을 뻗을 차례다. 상처는 약을 제때 발라주지 않으면 흉터가 남는 법이다. 한인 커뮤니티의 사랑과 관심이 방황하는 한인 청소년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양승진/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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