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기업 같았으면 벌써 문 닫았지요. 2007년에 문을 닫았을 겁니다”
연방우정국 LA지구의 사업담당 간부인 황용택씨가 하는 말이다. LA지구는 뉴욕지구에 이어 전국 제2의 규모로 68개소의 우체국이 소속되어 있다. 그가 요즘 하는 일은 이들 우체국을 찾아다니며 연설을 하는 것이다.
집배원들이 우편물을 배달하느라 매일 방문하는 사업체들 중에서 우정국 서비스를 이용할 만한 곳이 있으면 추천해달라는 내용이다. 우체국마다 소속된 집배원은 70-80명. 이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면 우정국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하루 살면 하루만큼 적자”라는 사람들이 많다. 우정국이 지금 딱 그런 상황이다. 다른 점이라면 개인 살림살이에 비해 단위가 훨씬 크다는 것.
우정국은 하루 지나면 2,000만달러가 적자이다. 전체 직원 59만4,000명의 2주 봉급은 21억달러. 최소한 그 만큼은 벌어야 유지가 되는데 그 돈을 벌지 못한지 오래이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돈은 없고 하루하루 살기는 살아야하면 어떻게 하나. 빚을 얻을 수밖에 없다. 개인들이 집의 에퀴티를 담보로 대부를 받듯이 정부기구도 마찬가지이다. 우정국은 연방 상무부로부터 에퀴티 라인을 통해 150억달러를 빌려서 버티고 있다. 그런데 그 기금 중에서도 벌써 120억달러를 써버렸으니 상당히 다급한 상황이다.
16일 사무용품 소매체인 오피스 디포가 우체국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발표는 우정국의 이런 속사정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고객들은 이제 굳이 우체국에 가지 않더라도 전국 1,083개 오피스 디포에서 우표를 사고, 편지나 소포를 부칠 수가 있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오피스 디포는 고객들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어 좋고, 우정국은 업무를 떼어냄으로써 우체국 수를 줄여 경비를 절감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이런 파트너십을 우정국은 대형 약국체인, 은행, 수퍼마켓 등으로 계속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전국의 3만2,000개 우체국 중 적자운영 중인 곳은 2만6,000개소. 80% 이상이 적자라는 말이다. 그래서 적어도 절반은 폐쇄해야 우정국이 산다며 공격적인 기구 축소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일반 기업 같았으면 직원들이 밤잠을 못잘 상황이다. 직원의 절반을 감원한다면 어느 누가 불안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연방 우정국 직원들은 아무도 앞날을 걱정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철밥통’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감원을 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다. 대신 신규채용이 중단되었다. 은퇴하거나 자진 퇴직한 직원들을 충원하지 않음으로써 2008년과 2009년 두해 동안 5만명이 줄었다.
‘우체국’은 한인이민들에게 좀 특별한 직장이었다. 이민자로서 비교적 쉽게 연방공무원이 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로 꼽혔다. 우체국 공무원 시험 준비반이 인기를 끌고 실제로 많은 한인들이 우체국 직원이 되었다. 편지가 사라지듯 우체국 직원이라는 일자리도 이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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