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LA다운타운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는 일본 정부의 과거사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한인 단체들의 방문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와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 등 30여 단체들이 참가했으며 한국의 중진 국회의원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동참했다. 이 날은 현직 국회의원이 참여했기 때문인지 다른 때와는 달리 주니치 이하라 일본 총영사와의 면담 요청도 받아들여져 한인 단체들은 일본 총영사에게 수신자가 간 나오토 총리로 돼 있는 과거사 사과 촉구 서한을 전달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당일 아침에 발생했다. 일본 총영사와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오전 10시였는데 10시1분이 되자 일본 총영사관 측에서 “약속시간이 지나 만나줄 수 없다”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입구에서 기다리던 후루사와 히로시 정무영사는 먼저 와 있던 모 한인 단체장에게 “10시1분이다. 총영사가 다른 일정이 있어 한인들을 만나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60번 프리웨이에 설치된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빌보드를 제거해 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한인 업소에 보냈던 장본인이기도 했다.
이 말을 들은 한인 단체장이 “금방 온다. 조그만 기다려달라”고 설득했지만 후루사와 영사는 매몰차게 뒤돌아섰다. 그리고 5분 뒤 한인 단체장들이 일본 영사관에 도착했지만 상황은 이미 종료된 뒤였다. 결국 한인 단체장들은 영사관 건물 앞에서 항의 성명서를 발표한 뒤 대표자 한 명이 영사관 입구에서 서한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타협이 이루어졌지만, 여러 가지로 씁쓸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먼저 약속 시간을 정확히 지키지 못하고 늦게 도착한 한인 단체 관계자들이 좀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좀처럼 잘 만나주지 않는 일본 총영사와의 만남이 잡혔는데도 약속 시간에 늦어 일본 측에 면담 취소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은 한인 단체들의 잘못이다.
하지만 10시 전부터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10시1분이 되자 곧바로 ‘면담 불가’를 선언한 일본 영사관측 태도는 어처구니없다. 누가 봐도 일본 영사관측에서 한인들이 늦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일본 총영사가 면담에 응하기는 했지만, 아예 처음부터 한인 대표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단 1분 늦었다고 약속을 취소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매우 무례한 일이라고 한다. 다음에 한인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할 때 꼭 참고할 부분이다.
그리고 나서 며칠 뒤인 9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일본의 한국 식민 지배가 한국인의 뜻에 반한 것이었고 한국인에게 국가와 문화를 빼앗고 민족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주어 사죄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말 뿐인 사죄는 하나마나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일본 정부가 2차대전 당시 피해를 입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 인정하고 이들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 또 80~90대 고령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에게 보상하는 것도 일본 정부가 서둘러야 한다.
정대용 /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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