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수들에게 내려올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선수로서의 자존심과 돈, 명예, 그리고 자신의 기량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NFL의 대기록들을 갈아치운 쿼터백 브렛 파브가 은퇴를 발표했다가 번복하기를 반복하는 것은 그의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이 결정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뉴욕 양키스로부터 지명양도 공시돼 사실상 방출된 박찬호 역시 이런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한때 메이저리그 스타였으며 무수한 고비를 넘으며 17년간의 메이저 생활을 이어 온 박찬호지만 세월은 비껴갈 수 없는 법. 다음 주 초까지 트레이드가 되지 않으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든지 아니면 자유계약 선수가 돼야 하는 박찬호는 현재 기로에 서 있다.
그는 양키스의 결정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메이저리그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여전히 90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던진다지만 팀에 믿음을 주지 못하고 방출된 그에게 과연 오퍼를 던질 팀이 있을지 미지수다. 박찬호와 궁합이 맞는 내셔널리그 몇 팀이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이 있지만 거론되는 팀 모두가 사실상 금년 시즌을 접은 팀들이어서 과연 그런 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생활에 의지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아시아 투수 통산 최다승 기록이다. 박찬호는 현재 122승을 거둬 일본의 히데오 노모가 가지고 있는 기록 123승에 1승차로 다가서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더 이상 선발이 아니다. 불펜 투수로 승수를 쌓으려면 실력뿐 아니라 행운이 뒷받침 돼야 한다. 그러니 그가 메이저 생활을 이어 간다고 해도 언제쯤 2승을 더 거둘 수 있게 될지 아무런 기약이 없다고 봐야 한다.
박찬호는 한국민들과 미주 한인들에게 크나큰 기쁨을 선사하고 자부심을 갖게 해 주었다. 특히 한국이 경제위기에 빠져 있을 때 전인미답의 땅을 가는 젊은 청년 박찬호의 활약은 모두에게 용기를 주었다.
박찬호는 공주고 출신이다. 박찬호는 공주고 졸업 후 한화 이글스와 계약을 할 뻔 했다. 당시 팀이 제시한 계약금은 2,000만원. 그러나 박찬호는 이보다 500만원이 많은 2,500만원을 요구했고 금액 차이를 좁히지 못해 박찬호의 입단은 물 건너간 일이 됐다.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행운을 잡을 수 있었다.
박찬호는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을 심각히 고민해 볼 때가 됐다. 그는 평소 “선수생활의 마지막은 한국에서 하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그가 이런 소망을 실천하기에 지금보다 더 적절한 때는 없어 보인다.
몇 년 후 체력과 구속이 지금보다 떨어져 있을 때보다는 여전히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을 때 돌아와 마운드에 서 주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귀향을 바라는 많은 팬들의 바람이다. 팬들은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계속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충분히 보여줬고 이룰 만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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