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서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민발의안 8이 위헌이라는 4일 연방 법원의 판결로 10여년 간 계속돼 온 캘리포니아내 동성결혼 이슈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날 판결이 나오자 동성애자 커뮤니티 등 동성결혼 지지 진영에서는 크게 환영하며 축제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반면 종교계와 보수 단체들은 즉각 항소할 의사를 밝혀 캘리포니아에서의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는 결국 연방 항소법원과 대법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반응과 파장
이날 판결이 내려진 직후 샌프란시스코 법원 앞과 웨스트할리웃 등에 모인 동성결혼 지지자들은 환호했고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와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 시장 등 정치인들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이번 판결로 인해 동성커플들도 법적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받게 됐다”며 “캘리포니아는 다시 한 번 미래지향적이고 모든 사람의 권리를 평등하게 인정하는 역사를 이끌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시청 등에는 결혼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동성커플들이 모여 들기도 했지만 판결이 오는 6일까지 유예된 상태이기 때문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동성결혼 반대파가 연방순회 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해 받아들여지면 워커 판사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캘리포니아의 지역 정부들은 동성커플에게 결혼증명서를 발급할 수 없다.
■한인사회 반응
이처럼 동성결혼에 대한 찬반양론이 극명히 갈리고 있는 가운데 한인사회에서도 이번 판결의 파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주민투표 당시 조직적으로 주민발의안 8 찬성 캠페인을 전개했던 남가주 기독교교회협의회 등 한인 교계는 이번 판결에 큰 우려를 표하며 판결 무효화를 위해 공동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반면 진보성향 한인 단체들은 동성결혼 금지를 위헌으로 규정한 연방 법원의 판결을 평등과 인권 존중의 측면에서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보수적인 한인사회 여론을 의식해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남가주 기독교교회협의회의 지용덕 회장은 4일 “남가주 교회 목회자들이 모이는 내일 정기회의에서 이번 판결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해 한인교계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는 방침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많은 한인 교회들은 주민발의안 8의 위헌 판결에 대한 교회 입장을 신도들에게 알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새창조교회 최학량 목사는 “동성결혼은 성경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청소년 교육에도 혼란을 가져온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족학교 김용호 시민참여 코디네이터는 “한인 사회에서는 동성결혼을 주요 이슈로 건설적으로 논의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이번 판결이 한인사회에서 성 소수자를 받아들이는 방식과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문제에 대해 대화가 시작되는 계기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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