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500년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인물을 꼽는다면 그 0순위격의 인물 중 하나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일 것이다. 왕실의 일원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파락호처럼 처신을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권력을 잡았기 때문이다.
아들, 그러니까 훗날의 고종(高宗)이 보위에 오르고 권력의 정점에 있던 무렵의 흥선대원군과 관련해 이런 일화가 전해진다.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 그 주인공은 대원군이었다. 조정대신들이 다 모였고 장안의 한다하는 사람들은 모두 참석했다. 궁한 선비들은 마당 한구석에라도 앉게 되면 요행일 정도였다.
글께나 한다는 사대부들의 모임이니 시(詩)가 빠질 수 없었다. 그래서 운자가 주어졌다. 그러자 온 좌중이 양보를 했다. 대원위 대감께서 먼저 한 수 지어달라는 겸사의 뜻에서다. 대원군은 마침내 시를 읊을 자세를 갖추었다.
모두 귀를 기울인 그 순간 저 마당구석에 앉아있던 한 젊은 서생이 대원위 대감의 시야 말로 만고의 명작이라고 큰소리로 칭찬하고 나섰다. 산전수전 다 겪은 대원군이지만 하도 어이가 없어 한 마디 했다. ‘이 무슨 망발인가’ 하는 질책을 했던 것이다.
그러자 젊은 서생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감께서 시를 읊기가 무섭게 정승판서는 물론 온 좌중이 돌아가며 칭찬을 할 터이니 소인 같은 사람의 칭찬은 들리지도 않을 것 아닙니까. 그래서 미리 한 말씀 미리 올린 것일 뿐입니다.”
그 말에 대원군은 고소(苦笑)를 금치 못했다고 한다. 불우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이 떠올려져서인지. 어쨌거나 대원군은 젊은이의 기지와 배포가 그만하면 쓸 만하다고 생각해 그 서생을 불러들여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줄 대기에, 감투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하다고 한다. 2012년 해외동포 참정권 시행을 앞두고 LA 한인사회에서 불거지고 있는 현상이라는 거다.
한국의 정계진출을 노리고 일부 인사들이 본국의 실세에 줄 대기에 나서는 것은 뭐 새로운 일이 아니다. 꽤 까마득한 옛날부터 있었고 한인회장을 지낸 사람 등 모모한 인사들이 요행히 줄을 잘 잡아 한국의 정치권에서 행세를 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니까.
줄을 대 한국의 정치권에 진출한다는 것을 반드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이 자유다. 또 ‘한국으로 진출한 미주출신’들이 미주한인 사회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까.
문제는 과잉 열기에 있다. 투서가 판친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정치단체를 결성해 벌써부터 감투싸움이다. 더 고약한 것은 편 가르기다. 출신지역별로 갈라서기가 예사다.
재차 하는 이야기지만 줄 대기를 하든, 어떻든 모든 것은 자유다. 그렇지만 ‘미주 한인의 품위’라는 것도 한 번쯤은 생각해보야 하지 않을까. “한인회도 2개에, 지나치게 계파와 파벌로 갈라져 인물 찾기가 어렵다.” 본국의 정치권 관계자가 이런 토로를 할 정도니 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