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거주하던 한인 주부 라이언 김(38)씨는 지난해 2월 오전 갑자기 왼쪽 얼굴에 아무런 감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놀란 가슴에 시더스 사이나이 병원을 찾은 김씨는 병원에서 ‘뇌 CT 촬영’을 해야 한다고 권해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다음날 김씨는 머리카락이 무더기로 빠지는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김씨는 “머리를 감는데 계속해서 머리카락이 빠져나왔다”며 “마치 괴기영화 속 한 장면처럼 끔찍했다”고 말했다.
FDA ‘일부 환자 8배나 노출’
전문가들 심하면 암·뇌손상 경고
반드시 의사권고·수칙 따라야
정작 김씨가 보인 ‘안면마비’(Bell’s Palsy) 증상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보통 하루에서 10일 이내 회복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진단하기 위해 뇌 CT 촬영까지 하는 바람에 더욱 심한 부작용을 겪게 된 경우다.
이처럼 미국 내 병원에서 뇌 CT 촬영(CT brain perfusion scan)을 한 뒤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2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LA의 시더스 사이나이 병원을 비롯, 버뱅크의 세인트 조셉 병원, 앨라배마의 헌츠빌 등에서 뇌 CT 촬영 중 과도한 방사선 노출로 인해 피해를 입은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심각성을 집중 보도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연방 식품의약청(FDA)이 일부 병원에서 뇌 CT 촬영을 받은 환자 200여명이 지나치게 높은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병원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FDA는 일부 환자들의 뇌 CT 촬영 때 예상 흡수량인 0.5Gy(그레이)보다 약 8배나 높은 3~4Gy의 방사선에 노출됐다. 이로 인해 일부 환자에게 머리가 빠지거나 피부에 붉은 색소가 침착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하지만 과다 방사선 노출이 FDA의 발표의 2배가 넘고 부작용도 더욱 심각해 장기간 증세가 지속될 경우 암이나 뇌 손상의 치명적 결과까지 유발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조사 결과 헌츠빌 병원에서는 최고 13배나 많은 과다 방사선 노출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고 캘리포니아의 6곳을 비롯한 미 전역의 8개 병원에서 400명 이상의 환자가 뇌 CT촬영 중 과도한 방사선 피폭 피해를 입었다.
미 전역에서 뇌 CT촬영 이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병원으로부터 보상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환자들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병원 측은 ‘높은 방사선’ 촬영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는 보다 선명한 진료를 위해 필요한 의료행위로 해당 의료기기를 제작한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사용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반면 GE 측은 병원에서 관련 기기를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GE의 대변인은 “기기 조작은 제작업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 의해 프로그램 된다”며 병원의 조작 실수가 과도한 방사선 노출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뇌 CT촬영에 따른 방사선 노출 부작용을 놓고 병원과 의료기기 제작업체 간 책임론이 분분한 가운데 일단 FDA는 병원에서 지켜야 할 몇 가지 권고사항을 밝혔다.
의료기관과 방사선 관계 종사자에 대한 권고사항은 ▲검사를 받은 환자가 과다 방사선에 노출됐는지 아닌지 평가할 것 ▲환자가 받는 방사선량 프로토콜을 검토해 방사선량이 기준을 초과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또 ▲각 검사 때마다 방사선량 포로토콜의 준수 여부와 계획한 방사선량이 방출된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시행할 것 ▲의사, 방사선사 등은 스캔을 실시하기에 앞서 CT 스캐너 디스플레이 패널을 확인해 방사선량이 적절한 지를 확인할 것 ▲한 환자에게 여러 번 스캔을 실시하게 될 때는 각 스캔을 실시할 때마다 방사선량을 조절할 것 등이다.
FDA 측은 “FDA는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을 피해야 할 뿐 아니라 환자들은 CT 검사 때 반드시 의사의 권고를 받아야 한다”며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은 피해야 하지만 의학적으로 필요한 CT 검사의 유용성은 방사선으로 인한 위험보다 상회하므로 환자들은 반드시 의사의 권고에 따를 것”을 강조했다.
한인 라이언 김씨가 뇌 CT스캔 부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다양한 방향 X선 흡수차이 측정
뇌 CT 촬영이란…
뇌 CT란 두뇌 부위를 여러 방향에서 조사해 투과한 X선을 검출기로 수집하고 두뇌 여러 부위의 X선의 흡수 차이를 컴퓨터가 재구성하는 촬영기법을 말한다.
뇌종양, 뇌경색, 뇌동맥류, 두개골절, 뇌출혈 등을 진단하는데 사용되며 촬영검사 전 약 6시간 정도의 금식이 필요하고, 임산부는 가능한 검사를 피한다. 대개 조영제 정맥주사를 맞고 검사를 하는데, 드물게 조영제에 대한 과민반응, 혹은 앨러지 반응이 발생해 구토나 피부 발진이 나고 실신할 수도 있다.
부작용으로는 경미한 오심, 구토, 두드러기 등이 1~2%에서 나타날 수 있다. 실신, 갑작스러운 저혈압, 호흡 저하, 쇼크 등의 심각한 부작용은 수천에서 수만 명 가운데 한 명꼴로 보고되고 있다.
뇌 CT스캔 촬영 후 방사선 과다노출로 탈모 등의 부작용이 생긴 환자들의 모습. <뉴욕타임스>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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