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같은 조에 속했던 나이지리아가 남아공 월드컵 1라운드에서 떨어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표팀을 2년 동안 국제대회에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결국 이 방침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압력으로 백지화 됐지만 경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권력이 나서 대표팀을 흔들고 간섭하려던 나이지리아 정부에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FIFA는 축구협회의 행정과 대표팀 운영에 정권의 개입을 금지하고 있다. 정치와 스포츠 분리원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는 정치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도구이다. 스포츠를 통해 국민적 화합을 모색하기도 하고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는 수단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권력은 항상 스포츠를 이용하고 여기에 개입하고픈 유혹에 빠진다. 이런 성향은 전체주의적 정권일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일부 독재국가들이 보이는 행태는 간섭 수준이 아니라 악행에 가깝다. 그 가운데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장남인 우다이가 보였던 엽기행각은 유명하다. 아버지 후광으로 이라크 올림픽위원장을 맡았던 우다이는 성적이 나쁘거나 자신에 대드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고문을 자행했다.
1998년 이라크 주니어 축구대표팀은 한 국제대회에서 예선 탈락하고 귀국하자마자 대기 중이던 치안당국의 버스에 실려 우다이가 갖고 있던 농장으로 끌려갔다. 이들은 이곳에서 한 달간 강제노역을 해야 했다. 후세인 실각 후 이들 일가에 의해 살해당한 스포츠 선수가 무려 52명에 달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쯤 되면 정말 목숨을 내놓고 경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3패를 당한 북한 축구팀이 사상 비판에 회부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북한에 생중계 된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0대7로 대패하면서 귀국 후 처벌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는데 결국 이것을 비켜가지 못한 것이다.
북한은 경제적, 외교적 어려움을 내부 분위기 반전을 통해 극복해 보려고 경기를 생중계했던 것인데 오히려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으니 지도층의 심기가 불편한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경기 결과를 이유로 선수들을 사상비판에 회부하고 처벌한다는 것은 북한 체제의 야만성과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하기야 지난 1966년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랐던 선수들이 귀국하자 ‘혁명화’가 필요하다며 탄광으로 쫓아 보낸 북한이니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북한이 그 후 44년 동안 월드컵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것은 당시 주력 선수들의 처벌로 맥이 끊겼기 때문이다.
축구는 11명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펼치는 예술이다. 선수들이 창의적인 플레이를 마음껏 펼칠 때 경기가 재미있고 승리가 가능하다. 두려움을 가지고 플레이해서는 승리할 수 없다. 한국 축구가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강해진 것도 선수들의 자율성과 무관하지 않다.
국가가 선수들을 억압하고 처벌하는 체제에서는 진정으로 강한 스포츠가 뿌리를 내리기 힘들다. 북한 지도층이 정말 승리하는 북한 축구, 강한 북한 축구를 보기 원한다면 자신들부터 돌아보고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