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는 한국의 모습은 화려하다. 인천공항에 내리면서 느끼는 밝고 쾌적하며 첨단을 걷는듯한 인상은 백화점, 새 아파트, 고층 빌딩 등 한국 어디를 가나 받게 된다.
한국 경제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올 GDP 성장률이 상반기 6~7%에 달하고 있다. 간신히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좋아하는 미국과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
이처럼 한국 경제가 잘 나가고 있는 것은 수출이 잘 되기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모두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리며 돈이 넘쳐나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의 연봉은 10억이 넘고 파업의 대명사이던 현대 자동차는 2년 연속 노조의 요구 조건을 전폭 수용, 파업을 사라지게 했다. 외형적으로 보면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 할 만 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성장의 과실이 고루 분배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잘 나가지만 직장인 대부분이 다니고 있는 중소기업과 식당, 구멍가게, 노점상 등 영세상인들에게는 이것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종사자의 70%가 경기 회복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반감은 커지고 있다. 경기가 조금만 나빠지면 하청업체의 물건 값을 대폭 깎거나 제때 안 주고 경기가 좋아져도 가격을 회복시켜 주지 않는다. 그래도 대기업이 물건을 사주지 않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납품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 시장에서 잘 나가는 한국 물건의 경쟁력은 상당 부분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력에 낮은 단가에 힘입은 것”이라며 대기업 수혜 독식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 중진들까지 대기업의 횡포를 비난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많은 한국민을 우울하게 하는 것은 재산 대부분이 걸린 아파트 가격의 하락이다.
지방 미분양에서 시작된 아파트 경기 침체는 이제 서울로 퍼져 가격이 내리면서 거래가 얼어붙고 있다. 이와 함께 인테리어, 가구점, 페인트업 등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연달아 죽을 맛이다. 몇년전 미국에서 벌어진 사태를 그대로 보는 듯하다.
관계자들은 한국의 부동산 대출은 심사가 엄해 미국과 같은 서브프라임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유일한 재산인 집값이 계속 내리면 심리적 위축과 함께 지출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집값 하락의 근본 원인은 ‘아파트는 사면 오르고 지으면 팔린다’는 신념 아래 너무나 많이 지어졌기 때문이다. 거기다 출산율 하락의 여파로 수요가 줄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졌고 이는 인구가 다시 늘기 전에는 쉽게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기는 한국인수가 한때 80%에서 지금 60% 이하로 떨어졌다는 통계도 있다. 외형적인 화려함에도 불구, 집권당의 인기가 신통치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잘 나가는 대기업과 허덕이는 대다수야말로 지금 한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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