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키스탄-탈레반 공조·요인암살 미 특수부대 운영 등 9만건
민간인 오인 공격 등
위키리크스서 보도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돼 온 파키스탄과 탈레반의 물밑 협력관계, 탈레반 요인 암살을 위한 미군 특수부대의 실체 등을 보여주는 아프가니스탄 전쟁관련 비밀문건들이 대거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6일 고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입수한 9만여건의 아프간전 관련 기밀정보를 보도했다. 위키리크스는 지난 4월 미군 아파치 헬기가 2007년 이라크에서 로이터 통신 기자를 공격하는 동영상을 공개, 파장을 야기한 사이트다.
이 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미군에 맞서 싸울 반군 네트웍 조직을 위한 탈레반의 비밀 회의에 자국 정보부(ISI) 관계자들을 참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6월19일 파키스탄 남부 퀘타에서 ISI 인사들이 탈레반 핵심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파키스탄과 접경한 칸다하르의 마루프를 공격할 것을 지시한 정황이 이번에 공개됐다. 실제로 탈레반은 2006년 마루프를 장악하기 위해 공세를 벌인 사실이 있다.
또 굴 장군 등 파키스탄 인사들이 아프간 반군의 자살폭탄 테러리스트 모집,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을 포함한 아프간 요인에 대한 공격 모의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도 있었다.
이와 함께 탈레반 요인 체포 및 암살을 위한 비밀 특수부대 조직인 `태스크 포스 373’의 존재도 드러났다. 이 조직은 2,000명 이상의 탈레반 및 알카에다 요원이 적힌 블랙 리스트에 근거, 재판없이 반군 요인을 체포하거나 사살하는 작전을 벌였으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민간인 희생을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간 카불, 칸다하르, 코스트주 등에서 최소 3개 기지를 사용한 이 부대는 주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포트 브래그에 위치한 그린베레 부대의 인원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공개된 자료에는 ▲미군과 다국적군에 의한 민간인 오인 공격 ▲탈레반의 지대공 미사일 입수에 대한 미국의 증거 은폐 ▲무선 조종을 통한 미국의 MQ-9 리퍼 무인공격기 이용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기밀사항 가운데 144건이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연합군에 의한 민간인 사망관련 내용이었다. 오인 공격으로 사망한 민간인은 최소 195명, 부상자는 최소 174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와 여성도 다수 포함돼 있었으며, 아프간군 장성의 자녀도 있었다.
이런 자료에 미국과 파키스탄 당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제임스 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같은 행위가 미국과 동맹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은 개인이나 조직에 의한 이 같은 기밀정보 공개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또 후사인 하카니 미국 주재 파키스탄 대사는 이번 정보 공개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논평한 뒤 공개된 자료들은 실제로 가공되지 않은 보고서로, 전장의 현재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료가 어디서 유출됐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라크에서 기밀 누설혐의로 체포된 뒤 기소된 미군 분석가에게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충격… 수사대상”
백악관은 26일 파키스탄과 탈레반의 물밑 협력관계 등의 내용을 담은 아프가니스탄 전쟁관련 기밀문서 9만여건이 유출된 데 대해 “이는 연방법 위반으로, 현재 수사의 대상이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 날 정례 브리핑에서 ‘위키리크스’를 통해 기밀문서들이 공개된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이는 아프간 주둔 미군을 위험에 빠뜨리고, 군의 기밀유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현재 진행중인 수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지난 2월23일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주에서 미 해병 6사단 3연대 킬로중대원들이 헬리콥터에서 내려 작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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