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40대 한인 남성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가슴이 답답하고 통증을 느껴 한인타운의 한 내과를 찾아갔더니 X-레이를 찍은 뒤 의사가 이를 보고 ‘전혀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런데 이후로도 계속 통증이 가시질 않아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한 결과 ‘폐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는 것. 이 남성은 “처음 진찰한 의사를 찾아가 따졌더니 오진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큰 소리를 치며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었다”며 “다행히 암이 초기여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처음 의사의 말만 믿고 있었더라면 어떻게 됐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한인은 건강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의사에게 우롱을 당할 뻔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 한인 의사가 복용할 약을 주면서 ‘원래 500달러짜리 약인데 특별히 반값에 가져가라’며 250달러를 낼 것을 요구했다는 것.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끝까지 처방전을 써 줄 것을 요구해 받아들고 약국에 가서 물어보니 똑같은 약을 보험 적용을 안 하고도 80달러에 살 수 있었다며 기가 막혀 했다.
이같은 예는 극히 일부에 국한된 일이겠지만 한인타운 병원이나 한인 의사들로부터 받는 의료 서비스에 대해 한인들의 불만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신문사에 들어오는 제보나 주변 한인들로부터의 이야기를 통해 병원에서 겪은 각종 불편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연들을 접하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위와 같이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예약을 하고 병원에 갔는데 장시간 기다려야 한다거나 일부 의사들의 불친절과 전문가답지 못한 태도 등에 실망을 느꼈다는 한인 환자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한국 대형 병원들이 의료 관광 상품을 연계해 한인 고객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08년 서울대학교병원이 LA사무소를 개설한 뒤 서울아산병원, 연세 세브란스병원, 고려대학교병원 등이 앞 다퉈 진출했다. 부산시에서는 시정부에서 직접 나와 한인들을 상대로 의료관광을 홍보하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인사회에 한국 의료관광의 도입이 아직 2년이 채 안됐지만 이용객은 해마다 꾸준히 늘고 타인종 환자까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각 병원별로 예약 문의만 한 달에 100여건에 달하고 실제 이용객도 20~70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건강 검진 위주였던 이같은 의료 방문은 근래 들어 전문 진료와 수술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게 한국에서 나온 각 병원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관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던 로컬 한인 병원들은 분명 환자를 잃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한국까지 가서 병원을 이용하는 한인들이 아직은 제한적인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한인 의료계가 ‘그래도 올 환자는 온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벗어나 좀더 환자들의 요구에 맞추는 노력을 기울이고 의료 서비스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진호 /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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