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 술자리에서 했다는 성희롱 발언으로 시끄럽다. 강 의원은 대학생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특정 직업을 제대로 모독한 것이다. 강 의원은 대통령까지 들먹이며 여성들이 수치감을 느낄만한 위험한 발언을 이어 나갔다고 한다.
강 의원은 명문학교를 나온 법조인 출신이다. 한국에서 최고라 일컫는 코스를 밟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하버드 대학 로스쿨까지 졸업한 수재이다. 그런데 여학생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인인 그는 자신이 법률과 관련해 문제가 될 만한 언행은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강 의원이 법은 잘 아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정서는 전혀 헤아릴 줄 모르는 것 같다.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그는 지난 수년간 여성정치인들의 외모와 관련한 위험 수위 발언을 여러 차례 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그의 술자리 발언을 우발적인 실수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성희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이다. 가해자의 언행이 성희롱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무엇보다 상대가 느낀 성적 굴욕감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상대의 감정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 채 “그 정도 가지고 뭘”이라는 안일한 의식으로 성희롱 행위를 일삼는 일이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최근 한 한인식당에서 발생한 성희롱 케이스도 이런 안일함이 초래한 불미스런 경우였다.
성희롱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은 직장회식 자리다. 직장의 위계를 그대로 옮겨 놓은 상태에서 술이 돌다 보면 남성 상사에 의한 부적절한 언행이 자주 발생한다. 여성들이 호소하는 가장 흔한 성희롱 유형은 손잡기, 어깨동무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이다. 이때 여성들이 눈살을 찌푸리거나 싫어하는 표정을 지으면 “왜 그렇게 유별나게 구느냐”는 핀잔이 돌아오곤 한다.
술을 따르라고 강요하거나 외모 비하 혹은 칭찬을 통해 여성들이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경우도 흔하고 특정 신체부위에 시선을 고정함으로써 수치심을 유발하는 ‘시선 성희롱’도 많다. 여성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60% 이상이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 놓는다.
미국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이 아주 엄격하게 처리된다. 강력한 처벌과 교육 덕분인지 성희롱 케이스는 매년 감소추세다. 하지만 한인 직장에서는 여전히 성희롱이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인식개선과 함께 법적인 문제가 되는 사례 또한 늘고 있다.
성희롱이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성희롱을 바라보는 남녀 간의 인식차이다. 특히 언어형 성희롱에 대해 남성들 대다수는 이것을 성희롱으로 여기지 않는 반면 여성들은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고 밝힌다. 강 의원의 발언과 해명도 이 같은 남성적 인식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최고 엘리트 과정을 밟아 온 한 젊은 정치인의 망언은 성희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얼마나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또 한국정치가 왜 여전히 3류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 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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