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간의 1981년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양키스가 패한 후 양키스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는 호텔방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스타인브레너는 왼손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그의 설명인 즉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다저스 팬들과 격투를 벌여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누가 그의 팔을 부러뜨렸는지 가해자가 드러나지 않아 깁스는 양키스 선수들을 자극하려고 스타인브레너가 벌인 자작극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숨 쉬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라며 승리지상주의를 내세워 뉴욕 양키스를 최고의 스포츠구단으로 키웠던 스타인브레너가 13일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보스’(The Boss)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스타인브레너 만큼 논란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구단주는 없었다.
지난 1973년 그가 CBS 방송으로부터 양키스를 인수할 때 지불한 액수는 1,000만달러. 양키스는 올해 포브스지가 산정한 구단가치에서 16억달러로 평가돼 13년 연속 최고가치 구단에 올랐다. 37년 사이에 가치가 160배나 상승한 것이다.
스타인브레너는 구단을 인수한 후 첫 23년 동안 감독을 무려 20번이나 갈아 치웠고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질타를 하는 등 통상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다른 구단주들과 달리 전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휘둘렀다. 또 공화당 정치인들을 후원하면서 선거법을 위반해 기소되는 등 수많은 구설수에 휩싸였다.
스타인브레너의 이미지는 폭군의 그것이다. 그는 구단 운영에 철권을 휘둘렀으며 ‘보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을 즐겼다. 또 메이저리그의 방침에도 별로 아랑곳 않는 모습을 보였다. 양키스의 유니폼은 독자적인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는 아디다스가 제작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공식적으로 두고 있는 유니폼 공급업체를 무시하고 거액을 제시한 아디다스와 손잡은 것이다. 또 양키스 경기중계도 독자적으로 설립한 YES 네트웍을 통해 이뤄진다.
이런 외골수 이미지에다 최고기량의 선수들을 돈으로 싹쓸이 하는 행태 때문에 ‘악의 제국’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으며 그와 양키스에 대한 팬들의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린다. 하지만 양키스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구단주의 집념 덕에 1973년부터 지금까지 월드시리즈 7회 우승, 아메리칸 리그 11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다.
스타인브레너는 돈을 버는 것 보다 이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으며 이런 신념은 결과적으로 그에게 큰돈을 벌게 해 주었다. 엇갈리는 평가 속에서도 그가 메이저리그 성장에 지대한 역할을 했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양키스는 많은 팀들에게 공공의 적이었지만 동시에 자극이었다. 이러한 경쟁을 통해 프로야구는 시장을 키워올 수 있었다.
“양키스는 항상 최고의 선수와 최고의 경기를 팬 여러분에게 선사합니다”라는 양키스의 구호는 곧 스타인브레너의 철학이었다. 스타인브레너는 숱한 논란 속에서도 프로구단이 진정으로 추구해 나가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 준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이자 큰 별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메이저리그의 한시대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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