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스페인에서 독립한 나라이다. 1568년부터 1648년까지 계속된 이른바 ‘80년 전쟁’을 통해 당시 유럽 최강국이었던 스페인의 지배로부터 벗어났다. 전쟁의 시작과 함께 네덜란드는 공화국을 수립해 사실상 독립한다. 법적인 승인이 이뤄진 것은 전쟁이 끝난 1648년이었다. 이 전쟁은 네덜란드의 반란으로 불리기도 한다. 스페인 지배로부터 벗어난 네덜란드 공화국은 해상무역을 통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오랫동안 중흥기를 누린다.
오래전 지배와 피지배의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 두 나라가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게 됐다. 스페인은 ‘무적함대’라는 별명이 말해주 듯 지난 몇 년간 축구계를 지배해 온 최강자이다. 스페인 축구는 선수들의 개인기에서 다른 국가들을 압도한다.
7일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도 보여줬듯 스페인 선수들은 볼을 압도적으로 점유하면서 기회를 만들어 간다. 볼을 세밀하게 이리저리 돌리면서 전진해 나가다 틈이 생겼다 싶으면 기막힌 패스를 찔러 넣어 득점 기회를 만든다. 이런 전략은 선수들 개개인의 볼 키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래서 스페인 축구의 이런 스타일을 서서히 황소를 자극하다 한방에 결정타를 날리는 투우에 비유하기도 한다.
축구하면 네덜란드 역시 만만치 않은 명성과 전통을 갖고 있다. 월드컵 2회 준우승이 말해주 듯 네덜란드는 항상 우승후보로 꼽혀 온 강팀이다. 1970년대에 ‘토털 사커’라는 새로운 개념의 전략을 그라운드에 도입해 꽃피운 팀이 네덜란드이다. 많은 축구팬들이 기억하는 네덜란드의 요한 크루이프는 토털 사커가 낳은 걸출한 스타였다. 토털 사커는 수많은 변형을 거쳐 현대 축구의 토대가 됐다.
네덜란드는 철저한 실
용주의 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는 실리축구를 구사하면서 무패 행진을 이어왔다. 화려한 공격중심 스타일을 지양하고 철저하게 이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과거 오렌지 군단의 화려함을 잃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승리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공은 둥글다. 승부는 예측불허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스페인이 약간 앞서지만 네덜란드의 견고한 축구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누가 우승컵을 안게 되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일이 된다. 두 나라 모두 한 번도 월드컵에서 우승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제대로 4강에조차 올라가 본 적이 없고 네덜란드는 독일의 벽에 가로 막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나라는 7개국에 불과하다. 몇몇 나라들이 돌아가면서 우승을 과점해왔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이번 월드컵에서 비로소 깨지게 됐다.
단 한 번의 칼질로 급소를 찔러 황소를 쓰러뜨리는 투우사 같은 스페인. 그리고 적은 득점을 올리면서도 골문을 잘 지켜 내 연승행진을 이어 온 네덜란드. 진부하기는 해도 이번 일요일 벌어지는 결승전에 ‘창과 방패의 대결’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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