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이끄는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잘난 맛에 살기 때문에 자기가 제일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이익을 먼저 따지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남이 자기를 따르게 하려면 ‘뭔가 저 사람이 나보다 낫다’거나 ‘저 사람을 따라가면 뭔가 남는 게 있겠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남보다 똑똑하고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기와 친한 사람은 물론이고 적과도 웃으며 어울릴 수 있는 친화력이 있어야 하고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때로는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실천에 옮길 뚝심이 있어야 한다.
지금 살아있는 우리 시대 인물 중 그런 사람을 하나 뽑으라면 지금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가 첫손에 꼽힐 것이다. 테러리스트란 이유로 장장 27년이나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보통 사람처럼 분노를 삭이지 못해 하는 대신 그는 간수부터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자기에게 잘 해주는 사람은 물론이고 백인우월주의에 물들어 흑인을 박해하는 간수마저 끝에 가서는 자기 편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남아공의 실세인 아프리카너들이 쓰는 그들의 언어를 배워 그들처럼 말하고 그들의 역사를 익혀 그들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이런 그의 모습이 백인들을 감동시킨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는 자신을 지지하고 우대하는 것이 왜 백인들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인지를 설득했다.
어떤 상대방도 끌어안는 그의 기술을 ‘만델라 마법’이라고 부른다. 훗날 그가 감옥에 있는 상태에서 백인 강경파의 총수인 보타 대통령과 만나 단번에 친해진 것도 그의 친화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그의 흑백 대통합과 화해의 비전이 백인들마저 그를 지도자로 인정하고 따르게 만든 것이다. 남아공이 피의 혁명을 겪지 않고 오늘날 축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탁월한 그의 지도력 덕분이다.
남아공에 만델라가 있다면 한국에는 박정희가 있다. 서로 전혀 다른 길을 걸었지만 능력 있는 지도자라는 점에서 공통점도 많다. 쿠데타와 독재, 인권탄압이란 오점에도 불구하고 여론 조사를 해 보면 한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이 박정희다. 한국민은 인권에는 관심이 없는 국민일까. 줄기찬 민주화 운동으로 신흥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지도자로 인정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적어도 처음에는 극심한 가난 등 도탄에 빠진 한국을 잘 살게 하기 위해 권력을 잡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헌신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기 때문이 아닐까. 유능한 많은 인물들이 그를 따른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지금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근접할 정도로 큰 대한민국의 기반을 그가 닦았다는 데는 이제 이론이 없다.
7일은 한국 근대화의 상징이자 발판이 된 경부 고속도로 완공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하루 1만대이던 통행량은 이제 100만대로 늘어났고 경부 고속도로가 없는 한국은 생각하기 힘들다. 박정희가 이를 추진하자 김대중 김영삼 야당 지도자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지식인과 언론이 시기상조며 자원 낭비라고 비난했었다. 이들 중 아직까지도 자기의 과오를 시인하고 사과한 사람은 거의 없다. 경부 고속도로 개통 40주년을 맞아 지도자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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