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달’ 하면 떠오르는 게 4월이다. 중국에서는 7월이다. 단 한 차례 보는 시험, 다시 말해 ‘가오카오’(高考)라고 부르는 국가 대학시험이 치러지는 달이 7월로, 그 결과에 따라 수백만이 넘는 학생들의 장래 진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입시시즌이 되면 상해에서는 자동차 번호판에 ‘4’자가 든 택시는 아예 운행중지에 들어간다고 한다. 중국어로 ‘4’자의 음과 ‘죽을 사’(死)자의 음은 같다. 그러니 일생의 대사인 대학시험을 보러 가는데 ‘4’자가 든 자동차 번호판을 단 차는 기피 1호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학입시 경쟁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대학 입시율은 평균 잡아 10대1이 넘는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이란 유교적 관념이 여전히 강하다. 그런데다가 명문대를 진학해야 사회적 신분상승이 가능하다.
이처럼 출세를 보장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대학진학이 되다보니 입시경쟁은 날로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에 따라 대부분 중국 가정은 한 자녀밖에 없다.
이 한 자녀에게 중국의 부모들은 모든 것을 걸다시피 했다. 그래서인지 중국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쏟는 교육열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과외를 받는 것이 예사로, 평균소득의 절반 이상을 사교육비에 쓰고 있는 가정이 한 둘이 아니다.
이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자녀 뒷바라지를 한 끝에 맞이하는 것이 이른바 ‘가오카오’다. 국가 대학시험이 치러지는 7월은 그러므로 결국은 낙오할 수밖에 없는 다수 학생의 부모에게는 말 그대로 잔인한 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7월은 적지 않은 미주 한인사회의 학부모들에게도 ‘잔인한 달’이 되고 있다. 불경기로 모든 게 힘들다. 그러나 방학 철 과외비 부담은 늘고만 있어서다.
“자식만은 입시지옥에서 해방시켜주고 싶다.” 적지 않은 한인 부모들이 ‘미국 이민의 변’으로 하는 말이다. 그런데 한인 사회의 과외열풍은 날로 더욱 거세지고만 있다. 해마다 가중되고 있는 한국의 사교육비 문제가 미주 한인들에게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것이 된 것이다.
방학만 됐다하면 SAT 학원은 만원이다. 불경기에도 아랑곳없이. 웬만한 서머 통합 프로그램 수강료는 2,000달러를 훌쩍 넘는다. 두 아이를 등록시킨 한 학부모의 경우 7월은 그야말로 등골이 휜다는 푸념이다.
왜 이 같은 모순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과외를 안 시키면 불안하다.” 한인타운에 사는 한 학부모의 고백이다. 너도 나도 모두 과외를 시키는데 내 자식만 놀리니 불안감이 엄습해 오더라는 이야기다. 이 불안증세가 바로 사교육비 증가의 주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대학생활을 성공적으로 할 수 없다.” 교육전문가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잔인한 달 7월에 한번 되새겨볼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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