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캐리는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배우이다. 기상천외한 표정과 행동으로 스크린을 헤집는 그는 영화 한 편당 2,000만달러를 받는 대스타이다. 스크린 속에서의 이미지, 그리고 그가 누리고 있는 부와 명예를 볼 때 캐리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캐리는 우울증 환자다. 그는 한 토크쇼에 나와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상이 너무 심각해 공식 석상에 나가기 전에는 언제나 항우울제를 복용할 정도라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캐리는 때때로 명랑함이 지나쳐 아슬아슬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의 이런 연기는 내면의 우울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그의 연기와 표현은 내면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자신만의 치유법일지도 모른다.
예술가들에게는 우울증이 많다. 지난 세기 위대한 예술가들 가운데 거의 40%가 우울증 환자였다는 조사도 있다. 우울증은 고통스런 질병이지만 예술가들에게는 창작열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술가는 빈센트 반 고흐이다.
그는 여러 차례의 실연을 겪으며 우울증에 걸렸다. 그는 37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엄청난 수의 작품을 남겼는데 정신분석학자들은 이것을 좌절감을 극복하기 위한 방어적 행동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렇게 보면 감정을 통해 수없이 많은 얼굴을 표현해야 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배우들 사이에 우울증이 많은 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류스타 박용하씨가 자살로 생을 마감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는 최근까지 활발히 활동을 해왔고 새로운 드라마에도 캐스팅돼 있던 상태라 더욱 예기치 못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왜 인기스타들이 잇달아 자살하는가에 대해 앞 다퉈 분석을 내놓는다. 대중 스타들이 추구하는 인기가 불안감과 중압감, 소외감에 휩싸이게 하는 족쇄역할을 하고 이것이 우울증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의 보살핌 속에서 생활하는 인기인들의 사회적응력 부족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왜 유독 한국 스타들의 자살이 많은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스타들의 중압감도 중압감이지만 우울증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이 적극적인 대처를 회피하게 만들어 비극을 초래한다는 것이 더 타당성 있어 보이는 설명이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아직도 우울증을 의지가 약해서 나타나는 증상쯤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해도 치료보다는 쉬쉬하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 한국사회에서는 우울증을 고쳐야 하고, 고칠 수 있는 병으로 보기보다는 개인의 성격문제로 돌리기 일쑤다.
특히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고 인기를 먹고 살아야 하는 연예인들로서는 상담과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다. 혼자서 안으로 삭히다 결국 이기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우울증에 대한 인식과 시선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비극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희로애락의 표현을 위해 끊임없이 변신해야 하는 배우들에게 어느 정도의 우울한 감정은 항상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존재이다. 그렇게 보면 대중은 그들이 겪는 마음의 고통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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