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중국. 3국의 바둑 스타일은 다르다. 한국은 싸우고, 중국은 집을 짓고, 일본은 모양을 중시한다. 모양을 중요시하는 전형적인 일본기사가 오다케 히데오다.
이제는 고희에 접어들었지만 오다께는 한 때 일본바둑을 주름 잡았었다. 국부적인 감각보다는 전체적인 아름다움 추구가 오다께 바둑의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별명은 ‘미학(美學)’이다.
그는 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미학에 어긋나는 돌은 절대 두지 않는다. 그의 포석은 아름답고, 맥은 일목요연하고, 행마는 날렵하다. 화선지에 난을 치는 운치가 바둑판에 감돈다.
오다케의 승부를 대하는 자세도 미학에 가깝다. 결코 요행을 바라며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법이 없다. 가령 이런 식이다. 종반 조금 넘어 계가를 한다. 그대로 가면 한 두 집이 모자란다. 그런 경우 미련 없이 돌을 던진다.
상대의 실수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태도다. 오다케의 바둑은 그러므로 패했을 때 오히려 장엄한 미 같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충분히 여력이 있는 패배라고 할까, 그런 점에서 패배했을 때 오다께를 많은 사람들은 기억한다.
패배자를 더 기억한다는 건 승부의 세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야기다. 오다케와는 정반대 기풍인 조치훈이다. 그런 그가 패배한 바둑 중 오래오래 기억되는 대국이 있다.
1986년의 기성(棋聖)전 ‘휠체어 대국’이다. 그해 조치훈은 기성전 결승 1국을 열흘 앞두고 교통사고로 온몸에 골절상을 입었다. 그는 혼수상태에 깨어난 뒤 중환자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는 한이 있어도 바둑을 둘 것이다.”
조치훈은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2국과 3국을 이겼지만 결국 체력에서 밀리며 2승4패로 고바야시 고이치에게 타이틀을 내주고 만다. 그러나 바둑계에선 고바야시의 4승보다 조치훈이 거둔 2승에 더 큰 박수를 보냈다.
월드컵 최고의 명승부는 어느 게임일까. 많은 축구인들은 70년 멕시코대회 준결승 이탈리아-독일(당시는 서독)전을 꼽는다. 연장까지 무려 7골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역전과 재역전이 거듭된 불후의 ‘걸작’이라는 평이다.
한국과 우루과이의 남아공 월드컵 16강전도 못지않은 명승부가 아닐까. 계속 공격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초반선제골을 허용했으나 계속 활기찬 플레이로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한국 팀은 마치 전성기 때 오다께의 두터우면서도 날렵한 운석을 방불케 하는 패스워크에 조치훈에 못지않은 투혼을 보였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한국을 외면, 석패를 한 것이다. 여력을 남긴 장엄한 패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전 세계가 아시아 축구에 대해 사과를 표명해야 한다. 한국이 비록 패했지만 이날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였다”-월스트리트 저널의 극찬이 괜한 소리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벌써부터 4년 후가 기다려진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