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운일까 실력일까.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모든 학교에서는 요행을 바라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가르친다. 열심히 공부해야 실력이 쌓이고 실력이 쌓여야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인데 이는 대체로 옳은 말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 세상을 좀 살아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대학입시를 칠 때도 당락을 결정짓는 것은 미미한 차이다. 아슬아슬하게 떨어진 사람이 겨우 합격한 사람보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인생을 결정짓는다.
크게 보면 인간이 언제 어디서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느냐는 100% 운이고 그것이 그 사람 인생의 윤곽을 대부분 결정한다. 빌 게이츠가 세계 최고 부자가 된 것은 그가 잘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개인의 창의와 자유 경쟁을 인정하는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본인 말대로 그는 잘 뛰지도, 나무에 잘 오르지도 못한다. 그가 인간이 수렵 채취로 살아가던 원시시대에 태어났다면 사자 밥이 되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인간이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한국이 22일 나이지리아와 비겨 한국민의 비원인 첫 해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실 한국이 16강에 올라갔다고 국민 생활에는 아무 변화가 없지만 한국인들은 월드컵 개막이래 세계 곳곳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이를 기원해왔다.
한국이 16강 진출에 성공한 것은 태극전사들이 잘 싸운 것도 있지만 결국은 운이 따라줬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 시합 전까지도 아르헨티나-그리스 전 결과에 따라 한국은 이기고도 탈락할 수 있고 지고도 올라갈 수 있는 상황에 놓였었다. 그랬던 것이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잡아주고 한국은 극적으로 나이지리아와 비겨 16강에 올라가게 된 것이다.
나이지리아 전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겠지만 이번 경기는 한국인들의 간절한 염원에 하늘이 감동해 한국 골문을 지켜줬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나이지리아의 대포알 같은 슛이 골문을 맞고 나오는가 하면 나이지리아는 노마크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하는 결정적 실수를 여러 번 범했다. 정상적인 시합이라면 5대 2 정도로 졌어도 할 말이 없는 게임이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어이없게 볼을 빼앗겨 페널티 킥으로 한 점 먹은 것은 졌더라면 두고두고 욕먹을 플레이였다.
그러나 어쨌든 행운의 여신은 한국의 손을 들어줬고 모든 것이 용서됐다. 이제 전 세계의 한인들은 ‘8강에 가자’며 우루과이도 겁낼 것 없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신의 미소가 어디로 향할지도 모르면서 꿈을 품고 하루하루를 사는 것, 그것이 인간의 운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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