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의 한국 조사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러시아 전문가팀이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어뢰공격’때문이라는 한국의 조사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조사팀은 민군합동조사단의 보고서와 천안함 선체를 살폈지만 북한의 소행을 확증할 만한 것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 내린 셈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한국 외교가 참담한 실패를 맛보고 있다.
천암함을 안보리에 회부하긴 했으나 안보리 차원의 제재 결의안은 고사하고 안보리 의장 성명조차도 어려운 것이 한국의 천안암 외교 현실. 한국 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중국은 북한을 나무라기는커녕 오히려 서해상에서 예정된 대규모 한미 합동 해상훈련에 거칠게 항의하고 있고 러시아도 ‘북한의 소행’이라는 한국측 주장을 미심쩍어 하고 있다.
강력한 지지자인 미국의 태도에도 미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8일부터 서해상에서 실시하기로 했던 한미 합동대잠훈련을 3주나 연기시켰고 천암함과 별개로 6자회담을 진행한다는 한국정부와는 다른 목소리를 낼 태세다.
그나마 성과라면 미 하원의 대북규탄 결의안 통과를 꼽을 수 있으나 실효성 없는 외교적 인사치레 수준으로 북한에 대한 실질적 제재와는 거리가 있다.
전 외교력을 동원하다시피 한 한국의 천안함 외교가 성과 없이 참담한 지경에 이른 것은 국제정치 지형이 주된 이유이지만 의혹에 대처하는 한국정부의 석연찮은 태도에도 기인한다.
천안함 조사발표 후 괴담과 의혹들이 사그라들기를 기대해던 한국정부는 국내외에서 잇따라 의문이 제기되자 ‘묻지 말고 믿으라’식의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상식적인 선에서 제기되고 있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의문들에 조차 ‘색깔론’으로 폄훼하거나 북한을 옹호한다며 ‘이적행위’로 치부해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처해야 한 정부가 사건에 대한 이성적인 대처를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조사결과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도올 김용옥에게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씌워졌고 합리적 의문을 제기한 국회의원에게는 허위사실 유포라며 고소장이 날라들었다.
일부 한국인들과 국제사회가 일각에서 천안함 의혹이 깔끔하게 해소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사는 과학적으로 이뤄졌으니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과에 토를 다는 것은 이적행위이자 허위사실 유포라는 식으로 일관한다면 누가 한국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의심을 거치지 않고 진정한 신뢰가 이뤄질 수 없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의 평범한 이치다. ‘보지 않고 믿는 자 복이 있다’는 식으로는 상대방의 신뢰를 구하기 힘들다.
김상목 /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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