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 다녀온 한 한인은 인천 공항에서 서울로 가는 택시 안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택시 운전사는 자진해서 요즘 사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지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자신을 비롯한 택시 운전사들은 이번 서울 시장 선거에서 절대로 오세훈 시장을 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오세훈이 시장이 되면서 서울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택시 운전사들에게 외국어 학습을 권장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 구사 자격증을 딴 운전사에게는 요금을 더 받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하루 세끼 밥 먹기 위해 온종일 운전대에 매달려 있는 운전사들이 어느 세월에 외국어를 배워 자격증을 따겠느냐며 이는 극소수 계층을 위한 특혜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내비게이션이 발달돼 주소만 있으며 어디나 손님을 데려다 줄 수 있는데 영어 몇 마디 한다고 돈을 더 벌게 하는 것은 위화감만 조성하는 행위라고 분개했다.
당시 여론 조사에서 오세훈 후보는 한명숙 후보를 20% 가까이 따돌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오세훈의 승리를 낙관하고 있었다. 한 이름 없는 택시기사의 불평쯤으로 들렸다. 그 얼마 후 거리에서 만난 한 소상인은 경기 얘기가 나오자 “정부에서는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대기업이나 일부 잘 사는 사람들 이야기”라며 “우리 같은 서민들이 이를 피부로 느끼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2일 열린 서울 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그야말로 아슬아슬 하게 승리했다. 초반에 약간 우세를 보인 후 계속 밀리다가 막판에 강남 쪽 몰표가 쏟아지면서 2만 여표 차이로 가까스로 이긴 것이다. 여론 조사 결과와는 너무도 큰 차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우선 한국인들은 여론 조사에 정직하게 대답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혹시라도 현직에 있는 사람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무슨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젖어 있는 것이다. 거기다 대낮에 전화로 하는 여론 조사에 응하는 사람은 대개 노인들이 많다. 20~30대 신세대들은 집 전화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형편이고 보니 고령자나 보수층이 응답하는 경우가 젊은 진보층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가 이보다 뚜렷이 보여준 것은 한국내 아직도 현실에 불만을 품고 있는 소외 계층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북한이 어떻게 나오든, 정부가 뭐라 하든 현실을 뒤집고 싶어하고 기득권에 대한 저항의 상징 노무현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한명숙과 유시민, 이광재, 안희정, 김두관 등 노무현 계열의 인물이 기대 밖의 선전을 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노무현이 죽은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한국 정치판은 반 노무현 대 친 노무현의 대결 국면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 이번 6.2 지방 선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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