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는 웬만해서는 취재가 안 된다.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LA 시정부가 공무원들을 상대로 무급 휴가를 실시하면서 대부분의 정부 기관이 금요일에는 휴무하기 때문이다. 출근을 하지 않는 공무원이 많아 금요일 출근길이 원활하면 “차는 잘 빠지는데 오늘도 취재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해부터 재정 절감을 위해 부서를 통폐합하는 경우가 늘면서 일반 공무원들이 공보 업무를 겸직하거나 공보실의 업무 시간이 줄어 취재 문의를 하면 2~3일이 지나서야 답이 오기 십상이다. 매일 마감이 있는 신문 매체의 특성상 정부 기관의 늦은 답장 때문에 기자들만 속이 탄다.
정부의 재정 절감으로 공보 업무가 뒤쳐지는 것은 재정 적자로 인한 폐해 가운데 가장 양호한 편에 속한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각종 요금의 무더기 인상과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축소다.
재정 적자를 이유로 LA시의 전기료와 교통비가 인상되고 시립 도서관의 운영 시간도 축소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 법원들은 매달 넷째 수요일에 문을 닫고 구치소에는 재소자들이 넘쳐나 재소자들이 조기 석방되고 있다. 매년 주정부 예산안마다 메디케어, 양로보건센터, 웰페어 삭감 등 노인 복지 정책들은 축소와 삭감의 ‘0순위’에 오른다. ‘효자’라던 미국 정부는 적자가 이어지자 노인들에게 인색해 졌다.
공교육 예산 축소는 연례행사처럼 매년 계속되고 교사들을 상대로 한 해고통지서 ‘핑크슬립’의 발송은 교육구와 교직원 노조 사이의 협상 시작을 알리는 의식처럼 반복된다. 경제 악화로 세수입이 줄어든 지난해부터 캘리포니아와 LA 정치권은 천편일률적으로 ‘복지 예산 축소’와 ‘숨겨진 세금’이나 다름없는 요금 인상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들고 나오고 있다.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이 NBA 레이커스 플레이오프 경기 티켓을 제공 받아 여자 친구와 관람을 하는 것도 시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태평성대’ 시절이라면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이 시정부의 파산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한가롭게 농구 경기를 즐기는 장면은 시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 충분하다.
재정난에 대처하는 캘리포니아와 LA 정치권에 대한 실망을 감출 수 없다. 공보실의 답이 늦어서가 아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허술한 행정력으로 재정 운영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유권자들에게 감사할 줄 모르는 정치인들의 무심함과 비전문성이 기자를 실망하게 한다. 정치인은 미래에 일어날 일까지 예상하고 대처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준비도 못하고 어려운 상황이 되면 ‘돈이 없어서 못한다’는 안일함만 내세우는 정치인에게서는 긴 정치 생명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김연신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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