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의 스포츠 대항전에는 패싸움의 심리가 투영돼 있다는 어느 문화학자의 지적은 왜 우리가 월드컵에 그토록 열광하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프로 스포츠, 특히 프랜차이즈에 바탕을 둔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각자 연고지를 가지고 경쟁하는 것은 영토 싸움을 상징한다. 상대가 우리 지역에 들어와 경기를 벌이는 것은 영토를 침범하려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관중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자기 팀을 응원하게 된다.
열혈 팬들에게 패배가 단순한 실망을 넘어 고뇌의 문제가 되는 데는 이런 심리적인 작용이 있다. 마치 내 땅을 빼앗긴 듯한 아픔을 느끼는 것이다. 스포츠는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원시적인 공격성과 폭력성을 문명화된 방식으로 해소시켜 주는 훌륭한 기제이다. 스포츠가 없었더라면 인류의 삶은 한결 불안정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지금 NBA 관계자들은 표정관리에 한창이다. 또 플레이오프 결승시리즈 중계사인 ABC도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결승 시리즈에서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가 맞붙기 때문이다. 수퍼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올라왔더라면 제임스-브라이언트 카드로 흥행은 가능했겠지만 그래도 레이커스와 셀틱스의 격돌이 안겨주는 것과 같은 흥분은 찾아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레이커스와 셀틱스는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뜨겁고 적대적인 라이벌 관계라 할 수 있다. 두 명문 팀 간의 라이벌 의식은 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레이커스가 가는 곳마다 상대팀 관중들이 외쳐대는 ‘Beat LA’ 구호의 탄생지가 바로 셀틱스 홈구장이다.
NBA가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데는 두 팀의 라이벌 관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흥행의 견인차는 레이커스의 불세출의 가드 매직 존슨과 백인들의 영웅이었던 셀틱스의 래리 버드였다. 그러나 이후 셀틱스가 추락하면서 주춤하던 라이벌 관계는 2년 전 두 팀이 21년 만에 결승에서 다시 만나면서 새롭게 부활했다. 부활한 라이벌 전의 첫 승자는 셀틱스였다.
3일 시작되는 결승 시리즈를 앞두고 이런저런 예상과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셀틱스는 결승 진출 전력이 못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규시즌이 아닌 플레이오프에 초점을 맞춰 노장들을 운용한 닥 리버스 감독의 전략이 맞아 떨어지면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결승까지 왔다.
지난해 챔피언인 레이커스는 플레이오프 초반에는 불안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레이커스가 약간 유리한 가운데 팽팽한 경기를 벌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그런데 레이커스는 결승 시리즈에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만한 ‘X 팩터’를 하나 더 갖고 있다. 절치부심이 그것이다. 2년 전 보스턴에서 열린 결승 시리즈 6차전에서 대패해 우승을 셀틱스에 넘겨줬던 레이커스는 우승에 도취한 보스턴 팬들에게 팀 버스가 둘러싸이는 바람에 두려움 속에서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선수들은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경기력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작용하는 법이다. 객관적 전력과 정신적인 요소 등을 두루 종합해 볼 때 올 시즌 챔피언은 레이커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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