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불안해서야 밤잠인들 제대로 잘 수 있을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광경을 TV로 지켜본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4년 만에 처음으로 국경 밖 행차에 나선 김정일 경호체계가 말 그대로 철의 장막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래도 이전의 중국 방문 때보다는 나은 편이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의 네 번 방문 중에는 그의 동선이 거의 베일에 가려졌던 데 반해 이번에는 처음부터 외부에 노출시킨 것이 꽤 이례적이라고 한다. 그런 만큼 그의 이동경로를 따라 특급작전 하듯 삼엄한 경비체제가 가동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17량짜리 특별열차의 창문을 모두 커튼·틴팅으로 가리고, 다롄에서 묵은 푸리화 호텔 주변을 경호원들이 겹겹이 둘러싼 모습이며, 호텔 입구에 흰 천으로 장막을 친 광경은 신변안전에 대한 그의 불안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철권을 휘두르는 독재자들일수록 마음 편히 나들이 한번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적이 많으니 암살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원한에 사무친 사람이 언제 어디서 기습할지 몰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독재자들이다.
그래서 악명 높은 독재자들 치고 ‘대역’ 루머가 따르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자신과 모습이 흡사한 ‘가짜’를 내세워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를 암살공격의 방패로 삼는다는 것이다. 일본 전국시대에 영주들이 전장에 나가면서 대동했던 가게 무샤 즉 그림자 무사와 같은 존재들이다.
독재자의 ‘대역’은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최소한 그 주인공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확인 불가능한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대역’이 정설처럼 굳어진 인물은 스탈린 전 소련공산당 서기장이다. 암살 공포증에 시달리던 스탈린은 4명의 대역을 두고 이들에게 대중 연설은 물론 퍼레이드 사열, 방문자 면담까지 하게했다고 한다. 실제로 자신이 수십년 대역이었다고 주장하는 노인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히틀러 역시 대역을 썼었다는 소문이다. 권총자살 후 불타 죽은 히틀러는 진짜가 아니라 ‘대역’이었다는 소문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담 후세인의 ‘대역’ 루머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07년 이집트의 한 작가는 그 전해 처형된 후세인이 “가짜 후세인이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책을 출간해 화제가 되었다. 책은 아랍권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었다.
‘대역’ 루머의 주인공들 중에는 김정일도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 억류 여기자들 석방을 위해 평양에 다녀온 후 일본의 한 교수가 ‘김정일 대역’ 설을 주장했다. 클린턴이 만난 김정일은 ‘가짜’였을 지도 모른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확인 불가능한 ‘설’에 불과하다.
삼엄한 경계, ‘대역’ 설이 나돌 정도의 철통보안이 말하는 것은 한가지다. 암살 두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무엇이든 얻는 것 만큼 잃는 것이 있다는 진리는 권력의 세계에서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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