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칭하이에서 지진이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가 생겨났다. 도대체 얼마나 계속되는 지진의 비보란 말인가. 한 번은 휴대폰 문자로 지진을 대비할 것을 당부하는 소식을 접하고 당황한 적도 있었다.
명색이 과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그런 루머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비상식량이나 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번득 머리를 스치기까지 했다. 어쩌면 이 글이 신문에 실리기를 기다리는 일주일동안 또 다시 어디선가 자연재해가 생겨날지도 모른다.
아이구.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해 영국과 북유럽의 비행기들이 뜨질 못한단다. 교회에 가도, 마켙에 가도 온통 자연재해에 관한 얘기가 그치질 않는다. 어떤 이는 보통의 현상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마치 “종말”인 것 마냥.
그러던 찰라 10여 년 전쯤에 출판된 “종말론”에 관한 자연과학자와 신학자들의 대화를 수록한 책을 다시 꺼내 보았다.
대충 훑어 파악될 내용은 아니었지만 10여 년 전 이 책을 처음 대했을 때의 기억은 우리의 “종말”에 관해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절망을 말하고, 신학자들은 “희망”을 말하더라는 것이다.
왜 그들은 절망을 말하고, 희망을 말하는 것일까? 또한 극과 극을 달리면서도 왜 그들은 서로 한 자리에 앉아 대화하려는 것일까? 대화가 불가능해 보이는데도 말이다.
먼저 “절망”에 귀 기울여 보자. 너무 낙담하거나 인생을 포기하지는 마시라. 과학적인 사실일 뿐이다. 그들의 주장 속에 섞여 있는 환원주의적, 유물론적, 결정론적 “신념들”을 잘 파악하시고 새겨들으시기를 바란다.
1994년 7월을 기억하시는지. 필자는 잊지 못한다. 7월 8일 토요일 북한의 김일성 사망 소식을 듣던 나는 판문점 근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부대에서 군복무 중이었다. 정말 아찔했다. 일명 GP, GOP에서 군복무하는 자들의 심정을 아시는지. 한 달동안 음산한 장송곡을 듣는 심정을. 우울증 정도가 아니라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나서 일주일 후 7월 16일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 유명한 “슈메이커 레비 9”이라는 혜성의 파편 중 21개가 거의 일주일 동안 목성과 충돌했었다. 이 충돌로 목성에 상흔이 생겨나 까맣게 반점이 목격됐는데 그 크기가 지구의 크기보다 더 컸다. 겨우 직경 1.5-2km 정도의 작은 파편으로 지구보다 큰 상흔을 남겼다. 그렇다. 만약 그 파편들 중 하나라도 지구와 충돌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이미 과학적 정설로 자리잡은 6천 5백만 년 전의 대규모 충돌로 인한 공룡의 멸종은 혜성과 유성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그렇다면 유성과 혜성에 의한 충격 분화구가 지구상에 몇 개나 남아있을까?
현재 140-150여개가 발견됐으며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지구상의 흔적과 혜성을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자들의 보고를 바탕으로 우리는 또 얼마나 낙담하고 있는지. 어디 그뿐이랴. 최근에 상영된 미국의 재난영화 중 “2012”를 보셨는지. DVD 키오스크에서 이 영화를 빌려 보려다 만난 백인 할아버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집에 와서 보는 동안 어찌나 심장이 뛰던지. 두 번째 볼 때는 그래도 침착하게 감상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 과학적인 견해에 따르면 우리가 보는 태양의 흑점이 조금만 변해도, 아니 시간이 지나 더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져도 지구는 “종말”에 이를 것이다. 우리가 든든히 서 있는 이 땅도 지구 전체의 차원에서 볼 때는 마치 생계란의 얇은 껍질처럼 한없이 약한 지각껍질일 뿐이다. 지진이나 화산폭발에 의해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절망”이다. 그러나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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