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화합창단, 정율 스님과 함께 3주년 기도회
3년 전, 그러니까 북가주 한인사회에 불교마을이 있는 듯 없는 듯했던 즈음이다. 여차저차 인연으로 정율 스님이 북가주에 들렀다. 인연이 닿은 김에 이 절 저 절 돌며 몇몇 행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대한민국 음성공양 1인자 정율 스님을 불자들이 그냥 놔둘 리 없었다.
스님은 노래를 불렀다. 그냥 노래가 아니었다. 그 무엇보다 울림이 길고 깊은 음성공양이었다.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흐르는 눈물은 불심을 더욱 적셨다. 불자들은 소망했다, 우리도 스님같이 노래할 수 있기를. 소망은 금세 쌓였다. 남가주에 사는 몸이라고, 북가주는 너무 멀다고, 스님은 외면할 수 없었다. 연화합창단은 그렇게 해서 꾸려졌다. 처음에는 이름도 없었다. 단장도 총무도 없이 그저 연락책만 두고 출발했다. 고정된 연습장소도 없었다. 이번에는 이 절에서 다음에는 저 절에서 형편 따라 모이고 흩어지면 연습을 했다.
스님의 노래에 반해 마음을 내었을 뿐, 음악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불자들이 태반이었다. 혼자 부르는 노래도 벅찬 터에 여러이 함께 화음을 빚어내는 일이 뜻대로 될 리 없었다. 티끌같은 흠결도 허용치 않으려는 완벽주의자 정율 스님으로부터 야단도 숱하게 맞았다. 맞으면서 단련되고 마름질된다던가? 중구난방 난음은 열번 맞으면 열번 맞은 만큼 가지런해졌다. 불과 몇달 안가 스스로들 놀랄 정도로 변해갔다. 무명씨 합창단은 비로소 연화합창단이란 아름다운 이름을 갖게 됐다. 단장(보월화) 부단자(연화장) 총무(반야행) 등 대표심부름꾼 얼개도 짜여졌다.
창단 첫해 초파일, 캠벨에서 열린 연합봉축법회를 연화합창단은 이름 그대로 연꽃같은 화음으로 장식했다. 부르는 이들도 듣는 이들도 놀란 멋진 데뷔였다. 연화합창단은 어느새 북가주 한인 불교마을의 크고작은 행사에서 없어서는 안될 음성공양단이 됐다.
작년 9월19일, 연화합창단은 성마이클샌프란시스코한인천주교회(주임 이강건 신부)에서 정율 스님의 희망콘서트를 성공리에 개최했다. 스님이 성당 무대에 올라 콘서트를 가진 것은 북가주는 물론 미주 한인사에서 거의 유례없는 종교화합 이벤트였다. 각계에서 찬사와 후원이 줄을 이었음은 물론이다.
찬불의 화음을 싣고 그렇게 달려온 연화합창단이 창단 3년을 맞았다. 따로 잔치는 없다. 지도법사 정율 스님과 보월화 단장 등 임원진과 20여 단원들은 참회기도와 감사기도로 생일파티를 대신했다. 지난달 20일(토) 정원사에서다. 다달이 그렇듯이 이날 오후에도 합창연습은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나서 밤늦도록 법당에서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윤회를 거듭하며 인연 맺은 모든 육도 중생들에게 참회하고 감사함을 다시 새기기 위하여 "참회진언"과 "해원결 진언" 그리고 "감사합니다"를 염했다. 천주를 돌리며 천번씩 염했다. 3년맞이 수련회를 겸한 이날 기도회에는 수선회와 다도회의 핵심멤버이자 변호사인 학산 거사가 자리를 함께했다. 한편 합창단은 이날 보월화 보살 등 현 회장단을 유임시키기로 했다. 연화합창단은 3일 오후 정원사에서 4월 정기연습을 했다. 5월부터는 원래대로 셋째주 토요일 오후에 연습이 이어진다. 언제나처럼 연화합창단의 문호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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