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원래 직업이 목수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성경에 나오는 ‘목수’는 그리스 원어로 ‘텍톤’의 번역인데 ‘텍톤’은 ‘짓는 자’라는 뜻으로 나무나 돌을 막론하고 이런 재료를 이용해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총칭한다. 4대 성인 중 하나로 꼽히는 소크라테스 아버지의 직업도 ‘텍톤’이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일반인에게 생소했던 ‘텍톤’이란 단어가 20세기 들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지질학 덕분이다. 지구 표면을 덮고 있는 거대한 대지가 사실은 용암의 바다에 떠 있는 판자때기에 불과하며 용암의 흐름에 따라 이러 저리 흘러 다닌다는 ‘판 구조론’(plate tectonic the-ory)이 정설로 굳어지면서 웬만큼 공부를 한 사람들은 ‘텍톤’이란 단어를 알게 된 것이다.
지구 표면을 덮고 있는 판들이 움직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구 내부의 맨틀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물을 끓이면 더운 물이 위로 올라가고 표면에 올라온 물은 식어 다시 밑으로 내려가듯 지구 내부에서도 이와 비슷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더운 물이 표면에 올라오면 양쪽으로 갈라져 흩어지는데 이와 똑같은 현상이 지상에서도 벌어진다. 뜨거운 용암이 솟아올라 양쪽으로 갈라지는 것과 발맞춰 지표면도 양쪽으로 갈라져 점점 벌어진다. 그 대표적인 곳이 대서양 중간에 있는 ‘대서양 중간 언덕’(mid-Atlantic Ridge)이다.
쉬지 않고 솟아오르는 용암 덕분에 대서양 한복판에는 새로운 땅이 계속 생겨나고 대서양은 점점 커지며 미국과 유럽의 거리는 빠르면 머리카락, 늦으면 손톱 자라는 속도로 매년 벌어진다. 바닷물을 뽑아내고 바라본 대서양 바닥은 야구공 모양 한 가운데 언덕을 기점으로 양쪽으로 나뉘어 있다.
7~8개로 구성돼 있는 주요 판들 중 가장 크고 가장 활동적인 판은 태평양판이다. 이 판의 움직임 덕에 환태평양 일대는 가장 지진이 잘 일어나는 곳이다. 지구상에 발생하는 지진의 90%가 이곳에서 일어난다. 화산도 판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물론이다.
인간에게는 재난인 화산과 지진이지만 지구 전체 생명체로 보면 이 또한 필요한 활동이다. 7억년 전 지구가 이산화탄소 부족으로 얼음덩이로 변했을 때 지구를 구해준 것은 화산이었다. 표면 깊숙이 잠자고 있던 이산화탄소가 화산 폭발과 함께 터져 나오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따뜻한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판들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 충돌로 이뤄진 히말라야 산맥도 없었고 히말라야가 없었다면 그 눈 녹은 물로 이뤄진 인더스와 갠지스, 양자강도 없었다. 인도 문명과 중국 문명도 아마 존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지각의 융기가 정지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산은 풍화에 의해 평지로 변할 것이다. 판의 이동은 새 땅과 새 산을 만들어 지구를 새롭게 한다.
1980년 5월 18일 워싱턴 주 마운트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폭발했을 때 그 일대는 초토화됐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풀과 나무들이 온 산을 덮고 있다. 화산재는 가장 영양분이 많은 흙의 하나다.
맨틀의 움직임은 생명 보호를 위해 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자장이다. 녹은 금속으로 구성된 맨틀의 회전은 자장을 발생시켜 온 지구를 그 보호 아래 있게 한다. 자장이 없다면 지구의 대기는 태양에서 날아온 소립자로 구성된 태양풍에 쓸려 나가 우주 속으로 날아가게 된다. 자장이 없어 대기를 빼앗긴 혹성인 화성의 모습이 바로 맨틀이 정지한 지구의 모습인 것이다.
지난 주말 리히터 진도 7.2의 강진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대를 강타, 최소 2명이 죽고 멕시칼리와 칼렉시코 일대는 큰 피해를 입었다. 아이티, 칠레에 이은 이번 지진은 강진 발생 위협 아래 살고 있는 남가주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지진은 지구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부산물이다. 판들이 충돌하는 곳에 살기로 선택한 인간들은 이를 감수해야 할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민경훈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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