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튼의 물리학에 영향을 받은 세계관을 “결정론적 세계관”이라 한다. 또한 이런 세계관과 상호 영향을 주고 받은 하나님에 대한 생각을 일컬어 “고전적 군주모델”이라 한다. 우리는 아직도 “고전적 군주모델”을 통해 하나님을 이해하고 있다. 마치 오늘날에도 달에 우주왕복선을 보낼 때 뉴튼의 물리학을 활용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우주왕복선을 만들고 운행할 때 뉴튼의 물리학만을 사용했다간 큰 사고를 당할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시세계를 다뤄야 하는데 이 영역에는 다른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신앙도, 신학도, 교회도 더 이상 예수가 살던 시대 속에 있지 않고, 제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시대 속에 있는 것도 역시 아니다. 질서가 변했다. 물론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기 마련이지만 시대가 변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갈등하고 있다. 변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너무 빨리 변해도 문제고, 너무 변하지 않고 고집할 때도 문제다. 그렇다면 변화의 속도만이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변화의 방향도 문제 아닌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어도 변화로 인해 뭔가 선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고린도 교회에 보내는 서신에서 사도 바울이 말했듯이 나 뿐만 아니라 “공공의 선”을 위해서 머리를 싸매야 하는 게 아닐까?
신학과 신앙은 뼈와 살의 관계다. 뼈가 없이 살로만 살 수 없다. 또한 역도 마찬가지다. “고전적 군주모델”이라는 신학은 어느새 우리의 신앙이 되었고, 교리가 되었다. 뉴튼의 물리학으로 인해, 철학으로 인해, 더욱 탄탄한 시대정신이 되었고, 교회에 영향을 주었다. 교회의 신학은 또한 살이 되어 신도들을 먹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신도 중에 비만이 생기는가 하면 배탈이 자주 나서 피골이 상접하기도 했다. 이때 교회 지도자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들이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가? 아니면 체질이 좋지 않아서?” 그렇지 않다. 음식 상태가 문제였다. 물론 같은 음식을 먹어도 탈 나는 사람, 괜찮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심하면 모든 사람이 탈 나겠지만.
그렇다면 음식의 상태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그 원인이 뭘까? 수많은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세계관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단 말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과학 다방면에 큰 혁명이 일어났다. 이른바 양자물리학과 상대성원리의 발견이 그것이다. 아인슈타인이라는 개인에 의해 발전된 상대성원리와는 달리 양자물리학은 수없이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발전됐고, 오늘에 이른다. 그런데 무슨 혁명일까?
“양자물리학을 접하고 놀라지 않는 사람은 양자물리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양자물리학의 세계는 실로 놀랍다. 그러나 오늘날의 거의 모든 문명의 이기가 양자물리학의 영향 하에 있지만 이를 이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양자물리학을 공부하다 처음 만나게 되는 용어는 아마 “불확정성 원리”일 것이다. 뉴튼의 영향 하에 포탄을 쏠 때는 몰랐던 사실이 미시 세계에서 발견됐다. 실험기구의 발달로 인해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미시세계에 이르러 철저하게 무너졌다. 전혀 알 수 없는 영역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이름하여 “불확정성 원리”다. 우리는 단지 불확정적으로, 통계적으로 세상을 알 뿐이다. 그것이 자연의 성격이다. 이런 과학정신이 시대에 영향을 끼쳤고, 끼치고 있다. 이를 교회가, 신학이 비켜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인들은 최첨단 전자장비와 통신기기는 교회에서 사용하면서도 실제로 과학정신이 교회에 스멀스멀 이미 들어와 있음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과학기술이 모두 선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고전적 군주모델”을 깨뜨리고 새로움을 주문하고 있다. 이를 불편하다 하여 무시할 수만은 없다. 무신론자들과 불가지론자들에게 하나님의 복음을 전해야 하는 게 우리의 사명아닌가? 그렇다면 대화해야 한다. 그들의 언어로 대화해야 한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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