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닛맨 프로젝트’(Minuteman Project)라는 단체가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독립전쟁때의 민병대를 지칭하는 미닛맨이라는 단어를 빌려 온 것에서 짐작되듯이 이들은 일종의 자경단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데, 그 타깃을 국경 밀입국자와 불법 이민자들로 하고 있어 논란이 되어왔다.
최근 이 미닛맨 추종자들이 주축이 돼 LA 북쪽 샌타클라리타에서 벌인 불법이민 반대 시위에서 한 정치인이 한 발언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밥 켈라 샌타클라리타 시의원이 이날 시위 중 연설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하며 불법 이민을 반대하는 자신이 “자랑스러운 인종차별주의자(proud racist)”라고 말한 것이다.
이같은 위험 발언이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터져 나왔음은 물론이다. 아무리 불법이민 반대 시위 도중이었다고는 하지만 현직 시의원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민감한 표현을 공개 석상에서 스스럼없이 내뱉은 것에 대해 보수성향의 인사들도 뜨악했던 모양이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공화당 소속 하워드 맥키온 연방하원의원은 켈라 시의원의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예비후보로 나서는 멕 휘트먼은 자신의 선거운동에 관여하고 있던 켈라 시의원과의 관계 절연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켈라 시의원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표현이 문맥과 동떨어지게 부각되어 일이 커졌을 뿐 자신은 잘못한 게 없으니 사과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이 지역에서 오래 시의원 생활을 한 그가 이번 파문으로 향후 어떤 정치적 대가를 치를지는 두고 봐야 되겠지만, 문제는 이번 사태가 곳곳에서 꿈틀거리며 도사리고 있는 ‘반 이민정서’를 드러내주고 있다는 데에 있다. 켈라 시의원 발언이 미국내 불법이민자 문제를 용감하게 지적했다며 그를 영웅시하려는 의견들이 인터넷 등에서 쉽게 눈에 띄니 말이다. 이같은 주장의 바탕에서 불법 이민 문제를 핑계 삼아 소수계를 경제 난국의 주범쯤으로 취급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점이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부시 행정부 시절 좌절을 맛봤던 이민개혁 추진이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높아진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경제난과 의료보험 개혁 이슈에 밀려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연말 연방하원에 루이스 구티에레스 의원 주도로 불법 이민자 합법화 등을 담은 포괄적 이민개혁법안이 상정되긴 했지만 좀체 추진력을 받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체류신분의 제약을 안은 채 미국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노동력 역할을 하고 있는 이민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인종차별주의자’와 같은 한심한 발언 뒤에 드리우고 있는 반 이민정서의 먹구름이 미칠 영향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종하 /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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